'더블더블의 사나이' 리카르도 라틀리프(28·서울 삼성)가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팀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의 숨은 공신으로 칭하기 부족함이 없었다.
삼성은 31일 잠실 실내체육관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 '2016-2017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 1차전을 89-73으로 승리했다. 라틀리프는 22점, 18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팀 동료 문태영, 상대 제임스 켈리와 더불어 최다 득점. 두 자릿수 리바운드를 기록한 선수는 라틀리프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
경기 전 만난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우리가 공격 리바운드는 괜찮다. 하지만 삼성만 만나면 유독 수비 리바운드가 떨어진다"라며 '수비 리바운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유 감독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라틀리프가 지킨 골문을 상대로 전자랜드는 좀처럼 공격 리바운드를 따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라틀리프는 1쿼터부터 골밑을 장악했다. 9분4초간 코트를 누비며 6득점, 6리바운드를 기록한 것. 수비 리바운드 5개가 중요한 상황마다 터져나오며 팀의 24-12, 더블 스코어 리드를 이끌었다.
2쿼터 역시 마찬가지. 10분 내내 경기를 뛴 그는 2쿼터 리바운드 5개 모두 수비에서 따냈다. 특히 전자랜드의 추격이 거세지던 종료 4분 34초 전, 켈리의 속공에 이은 2점슛이 림을 벗어나자 곧바로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이는 마이클 크레익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삼성이 다시금 점수 차를 벌려 36-20으로 앞서나가는 순간이었다.
라틀리프는 후반에도 수비에서 제 역할을 다했다. 이상민 삼성 감독은 경기 전 "전자랜드를 상대로 5승1패 우위를 점했지만 유독 말리는 느낌이었다"라며 "상당히 끈질긴 팀이다. 아무리 앞서고 있어도 끝까지 집중력을 주문할 계획이다"라고 다짐했다. 실제로 전자랜드는 3쿼터 초반 외곽과 골밑의 조합으로 삼성을 압박했다. 라틀리프는 4득점에 묶였지만 공격 리바운드 2개를 따내는 등 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라틀리프가 궂은 일을 도맡자 크레익이 8득점, 문태영이 7득점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라틀리프는 4쿼터 6분 33초를 남겨두고 덩크슛을 성공시키며 79-66 리드를 만들었다. 사실상 승부가 갈린 순간이었다.
라틀리프는 올 시즌 35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시즌을 끝마쳤다. 그는 "다음 시즌에도 더블더블 기록을 이어가고 싶다"라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한국 귀화를 준비 중인 라틀리프는 5월께 그 결과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 시즌부터 '토종 선수' 라틀리프가 그 기록을 이어갈 수도 있는 상황. 문태영 등 혼혈 선수와 신분이 같아진다. 소속팀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삼성으로서는 살림꾼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봄 농구' 첫 경기에서만큼은 라틀리프의 활약으로 미소를 짓게 됐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