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스타터'와 작별을 고하는 걸까? KIA가 '봄을 즐기기 시작한' 나지완(32)의 개막전 멀티 홈런을 반가워하는 이유다.
KIA는 3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서 열린 삼성과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개막전을 7-2로 승리했다. 나지완은 2회 1사에서 솔로포를 때린 데 이어 8회 2사 만루서 '그랜드슬램'을 기록하며 승리에 앞장섰다. 이번 시즌 KBO리그 첫 홈런과 첫 만루 홈런 모두 그의 몫. 나지완은 이날 경기 3타수 2안타(2홈런) 5타점 2볼넷으로 활약했다.
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 '집토끼' 나지완을 눌러 앉혔다. 하지만 이후 'FA(프리에이전트)' 최대어 최형우(34)를 영입했다. 외국인 선수도 브렛 필에서 로저 버나디나로 바꿨다. 지난 시즌 막판 군 복무를 마친 김선빈과 안치홍도 시즌 출발부터 함께하는 상황. 타선에 대대적 손질이 필요했다.
자연히 수비력이 떨어지는 나지완의 활용도가 주목됐다. 일각에서는 "포지션 중첩이 우려된다"라며 나지완의 계약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나지완을 일찌감치 지명타자로 낙점하며 믿음을 드러냈다. 나지완은 개막전부터 자신의 계약 이유와 김기태 감독 믿음의 이유를 증명했다. 나지완의 시즌 첫 타석 홈런은 그가 슬로 스타터임을 감안할 때, KIA에 반가운 소식이다.
나지완은 최근 봄만 되면 고개를 숙이며 슬로 스타터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나지완은 2013시즌 개막전서 넥센을 상대로 홈런을 때려내며 '개막 축포'를 쏘아올린 바 있다. 하지만 2014년부터 '봄 울렁증'을 겪었다.
나지완은 2014시즌 개막 5경기서 20타수 무안타를 기록하며 시작했다. 당시 나지완은 3~4월 24경기서 타율 2할3푼8리(84타수 20안타), 2홈런, 11타점으로 부진했다. 5월에 접어들자 24경기에서 타율 4할2푼4리(92타수 39안타), 7홈런, 27타점으로 귀신 같이 살아났다.
개막 4번타자로 시즌을 시작한 2015년, 부진은 더 심했다. 나지완은 3~4월 25경기서 타율 1할7푼2리(93타수 16안타), 1홈런, 5타점에 그쳤다. 중심타자로서는 낙제점. 김기태 감독은 "중심타자는 100타석 이상 꾸준히 믿고 지켜봐야 한다"라며 믿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나지완이 100타석을 채우는 동안에도 1할대 타율에 허덕이자 김 감독은 "4번타자의 짐을 덜어주겠다"며 그를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지난해는 조금 달랐다. 4월 한 달 간 15경기에 나서 타율 3할3푼3리(45타수 15안타)를 기록한 것. 조금씩 봄 울렁증을 깨는 모습이었다.
범위를 좁혀 '첫 홈런 날짜'를 살펴봐도 이날 멀티 홈런은 의미가 있다. 나지완은 2014시즌 12경기 41타수 만에 첫 홈런을 기록했다. 2015년은 첫 홈런까지 7경기 25타수, 지난해에는 9경기 24타수가 필요했다. 그리고 올 시즌, 첫 홈런까지 단 한 타석만, 두 번째 홈런까지 네 타석만을 쓰며 쾌조의 감을 보였다.
4회 두 번째 타석과 9회 마지막 타석에서 골라낸 볼넷 역시 반가웠다. 두 타석 모두 볼카운트 1B-2S로 불리했지만 침착하게 볼 세 개를 골라내 1루까지 걸어 나갔다. 나지완의 최대 강점 '눈 야구'가 여전함을 보여주는 대목.
전력만큼이나 기세가 중요한 시즌 초반, 나지완이 봄을 즐기기 시작하면 KIA는 날개를 달 수 있을 전망이다. /ing@osen.co.kr
[사진] 대구=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