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특집] '공격을 주도하라!' 구단별 '리드오프' 분석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3.31 05: 55

공격을 이끌어야 하는 '리드오프' 1번타자. KBO리그 10개 구단은 10인 10색의 '톱 타자'로 2017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누군가는 '그냥 첫 번째 타자로 나설 뿐이다'라며 1번타순의 역할을 깎아내린다. 하지만 경기 중 가장 많은 타석에 들어서는 이가 바로 1번타자다. 자연히 '잘 치는 선수'가 맡을수록 팀 성적이 올라간다. 반면 1번타자의 출루율이 낮은 팀은 공격의 활로를 찾기 힘들다. 그만큼 팀 타선에서 비중이 큰 것이다.
우승팀 두산은 올 시즌도 '톱 타자'를 박건우에게 맡긴다. 박건우는 전체 540타석 중 400타석을 1번타순으로 나섰다. 타율 3할4푼9리, 출루율 4할7리, 장타율 0.575로 '한 방'을 갖춘 1번타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13도루로 빠른 발도 여실히 뽐냈다.

지난해 NC에서 1번타순으로 100타석 이상 출전한 선수는 이종욱(239타석), 김준완(211타석), 박민우(131타석) 등 세 명이다. 올 시즌에는 박민우가 그 역할을 맡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햄스트링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김성욱이 낙점받았다. 김성욱은 시범경기 내내 꾸준히 1번타자로 나섰다. 1번타자로는 지난해 31타석에서 타율 2할3푼1리, 출루율 3할, 장타율 0.423으로 썩 재미를 보지 못했다. 만일 김성욱이 자리를 잡지 못하면 선구안이 좋은 김준완이 예비 후보. 김준완은 지난해 1번타순에서 타율 2할5푼9리를 기록했다. 반면 출루율은 4할1푼1리로 월등히 높았다. 42개의 볼넷을 얻어낸 '눈 야구' 덕분이었다.
넥센의 1번타순은 '서교수' 서건창의 입지가 굳건하다. 서건창은 지난해 전체 646타석 중 565타석을 1번에서 맞았다. 타율 3할3푼, 출루율 4할7리로 '리그 정상급 리드오프'의 위용을 보였다. 시범경기에서는 '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1번타순으로 자주 나왔다. 이정후는 리드오프로 들어선 13타수에서 타율 4할6푼2리, 볼넷 1개를 골라냈다. 주전 자리를 단숨에 꿰차기는 쉽지 않지만 잠재적 톱 타자 가능성이 높다.
LG는 김용의와 이형종의 경쟁이다. 좌타자 김용의는 지난 시즌 중반부터 톱 타자로 나서며 '용의주도'라는 별명답게 타선을 주도했다. 양상문 LG 감독도 스프링캠프를 마칠 시점까지 "타순에서 정해진 건 1번타자 중견수 김용의 뿐"이라고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우타자 이형종이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둘렀다. 이형종은 시범경기 타율 3할4푼6리, 충우륭 3할4푼6리, 장타율 0.808, 3홈런, 10타점으로 눈도장을 받았다. 양상문 감독은 "1번타자로 나설 때는 공을 침착하게 보면서 변화를 주더라"라며 그를 칭찬했다. 상대 선발투수에 따라 플래툰 기용을 고민 중인 이유다.
KIA는 새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가 1번타자 임무를 맡는다. 버나디나는 시범경기 전체 22타수 중 20타수를 1번으로 나섰다. 타율은 2할5푼으로 낮았지만 6볼넷을 골랐다. 마이너리그에서도 통산 출루율이 3할대 후반으로 준수했다. 20도루가 가능한 빠른 발에 높은 출루율이 더해진다면 나지완-김주찬-최형우-이범호의 타점 기회는 더욱 잦아질 전망이다.
SK의 1번타자 자리가 고민이다. 당초 톱 타자로 기대됐던 이명기가 지난 시즌 슬럼프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이명기는 시범경기 10경기서 타율 2할7리에 그쳤다. 출루율도 2할3푼3리로 낙제점. 이명기를 대신할 후보로는 김강민이 손꼽힌다. 김강민은 KBO리그 통산 출루율이 3할4푼3리로 월등한 편은 아니다.
한화는 '국가대표 리드오프' 정근우와 이용규가 버티는 팀이다. 두 선수 모두 쾌조의 컨디션일 때는 1번 정근우-2번 이용규로 이어지는 라인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용규는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완전체 테이블세터'가 갖춰진다면 한화를 상대하는 투수들은 선구안이 좋은 데다 루상에 나가면 골치아픈 이들을 만나게 된다.
롯데의 1번타자는 전준우다. 손아섭, 앤디 번즈 등 후보군이 있지만 조원우 감독은 "(전)준우가 1번을 맡아주는 게 이상적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전준우가 1번에서 쏠쏠한 활약을 이어간다면 번즈가 2번, 손아섭이 3번으로 타순을 꾸릴 수 있다. 전준우는 시범경기서 1번타자로 타율 3할3푼3리(21타수 7안타)를 기록했다. 통산 출루율이 3할4푼9리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20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장타형 리드오프'다.
삼성은 박해민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지난 시즌 '도루왕' 박해민은 전체 641타석 중 413타석을 2번타순에서 나섰다. 하지만 후반기부터 점차 1번타순으로 나오는 빈도가 잦아졌다. 올 시즌은 처음부터 리드오프로 나설 계획. 박해민은 "처음에는 1번타자로 나설때 부담됐는데 이젠 적응됐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1번타순에서 타율(2할9푼9리) 대비 출루율(3할6푼3리)로 쏠쏠했다.
kt에는 '슈퍼소닉' 이대형이 있다. 리그 최고의 '주자' 이대형은 지난 시즌 전체 654타석 중 600타석을 리드오프로 맞았다. 타율(3할2푼)에 비해 출루율(3할6푼5리)이 낮지만, 비단 지난 시즌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지난 시즌처럼 높은 타율을 유지한다면 주루 능력이 더해져 상대 투수를 괴롭힐 수 있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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