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징크스'를 극복하라!"
어느 분야든 2년차 징크스는 초년병들의 발목을 잡는다. 영화계에는 '전편만한 속편 없다'는 말이 있다. 스포츠도 마찬가지. 지난해 활약에 대한 부담감부터 일종의 방심까지. 다양한 이유로 두 번째 시즌 부진하는 경우가 잦다. 2년차 선수들을 '상수'로 두고 시즌 계획을 짜는 팀들로서는 이들이 '변수'로 바뀌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챔피언' 두산의 가장 큰 적수가 바로 2년차 징크스다. 두산은 지난해 김재환, 오재일, 박건우가 한꺼번에 터지며 '화수분'의 힘을 뽐냈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이들 모두가 나란히 부진할 때 대체할 이를 찾는 게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08년 두산에 입단한 김재환은 지난해 주전 좌익수 자리를 꿰찼다. 타율 3할2푼5리, OPS(출루율+장타율) 1.035, 37홈런, 124타점으로 3할-30홈런-100타점 고지를 돌파했다. 데뷔시즌부터 '거포 유망주'로 눈길을 끌었지만 두 자릿수 홈런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시즌 후 챙긴 골든글러브는 덤. 김재환은 "1군에서 많은 기회를 받지 못할 때, 타석에 들어서면 스스로 쫓겼다"라고 밝힌 바 있다. 주전급의 활약을 보인 이상 부담을 덜어낸다면 2년차 징크스는 다른 사람 이야기가 될 전망이다.
오재일 역시 비슷한 케이스. 지난해 데뷔 후 최다인 455타석에서 타율 3할1푼6리, 출루율 4할1푼1리, 장타율 0.592, 27홈런, 92타점을 기록했다. 2013시즌 이후 매년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 3할 초중반을 오갔다. 지난해에는 3할2푼4리. 통산 BABIP에 비해 유독 높았다면 '반짝 활약'을 우려해야 하지만 오재일과 무관한 이야기다. 전반기(출루율 4할6푼7리, 9홈런)와 후반기(출루율 3할7푼4리, 18홈런)는 아예 다른 유형의 선수였다. 물론 어느 쪽도 매력 있다.
지난 시즌 전까지 박건우는 김재환, 오재일보다 1군 경험이 더 적었다. 그런 만큼 실질적 2년차 징크스와 가장 밀접한 선수다. 지난해 타율 3할3푼5리, OPS 0.940에 20홈런, 83타점을 곁들이며 '한 방'을 지닌 리드오프로 주전을 꿰찼다. 올 시즌부터는 중견수로 나선다는 점이 변수다. 코너 외야 때보다 체력적 소모가 크다. 지난해 전반기 성적과 후반기 성적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대타자' 김문호(롯데)도 풀타임 2년차 시즌을 맞는다. 그는 지난해 6월 10일까지 4할 타율을 유지했다. 물론 이후 성적이 떨어지며 시즌 타율은 3할2푼5리. 하지만 전반기(타율 3할4푼4리, 출루율 4할9리)가 너무 좋았을 뿐, 후반기(타율 2할9푼6리, 출루율 3할8푼9리)도 준수했다. 김문호의 9시즌 통산 BABIP는 3할4푼3리. 지난해 타율은 3할6푼4리로 약간 높았다. 하지만 차이는 2푼 정도로 'BABIP신의 가호'를 받았다고 보기 힘들다. 바꿔 말하면 지난해 성적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각 팀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신재영(넥센)과 김지용(LG)도 올 시즌 소포모어 징크스와 싸워야 한다. 두 선수는 모두 극단적인 '투 피치' 투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둘 모두 리그 최정상급 슬라이더로 상대 타자들을 공략했다. 올 시즌 제3의 구종, 즉 '써드 피치' 장착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렸다. 김지용은 스플리터, 신재영은 체인지업을 택했다.
시범경기까지 두 선수 모두 썩 빼어난 모습은 아니다. 신재영은 시범경기 두 차례 선발등판, 8⅔이닝 평균자책점 7.27로 부진했다. 볼넷 3개와 삼진 4개를 기록하며 제구는 문제가 없었지만 피안타율이 2할9푼4리로 높았다. 유독 집중타를 허용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신재영은 "체인지업은 정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일단은 만족스럽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지용은 시범경기 여섯 차례 등판해 6⅔이닝 1패2홀드,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했다. 역시 볼넷(4개)보다 피안타율(3할3푼3리)이 문제였다. '1보 전진'을 꿈꾸며 스타일을 바꿨다 '2보 후퇴'를 한 젊은 선수들의 사례는 숱하다. 신재영과 김지용이 만약 그 길을 따른다면 넥센과 LG의 시즌 계획은 손질이 필요하다. 이들이 그만큼 인상적인 활약으로 1군에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주권(kt) 역시 2년차 징크스를 경계하고 있다. 주권은 지난해 28경기서 134이닝을 던지며 6승8패, 평균자책점 5.10을 기록했다. 구단 첫 완봉승을 기록하는 등 활약으로 신재영에 이어 신인왕 투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성적 자체만을 놓고 보면 합격점을 주기는 부족하다. 기복이 심했다. 김진욱 감독은 이를 극복시키기 위해 그가 시범경기서 15실점을 하는 내내 마운드에 세워뒀다. 이 '특단의 조치'가 주권에게 얼마나 약이 됐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중국 대표로 나선 점은 경험 면에서 플러스, 체력 면에서는 마이너스다. 어느 쪽이 더 강할지 여부도 주권의 성적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