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꽃은 홈런. 한 순간에 경기 결과를 뒤바꿀 힘이 있고 하늘을 수놓는 호쾌한 한 방은 보는 이의 가슴을 뻥 뚫리게 할 만큼 매력 만점이다. 메이저리그 속설 가운데 '홈런왕은 캐딜락을 타지만 타격왕은 벤츠를 탄다'는 말이 있다. 타격왕보다 홈런왕이 훨씬 더 대우를 받는다는 의미다. 박병호(미네소타)도 없고 에릭 테임즈(밀워키)도 떠났다. KBO리그의 올 시즌 홈런왕은 누가 될까.
지난해 홈런왕 경쟁은 물음표 그 자체였다. 2012년부터 4년 연속 홈런 1위에 등극했던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하면서 누가 새로운 홈런왕이 될 지 궁금증이 커졌다. 테임즈와 최정이 40홈런을 쏘아 올리며 공동 1위에 등극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테임즈가 메이저리그로 돌아가면서 홈런왕 경쟁 구도는 안갯속으로 바뀌었다.
▲신구 토종 거포 경쟁 뜨겁다
토종 타자 가운데 이대호(롯데), 최형우(KIA), 최정(SK), 김재환(두산)이 대표적인 홈런왕 후보로 꼽힌다. 2006년과 2010년 두 차례 홈런 1위에 등극했던 이대호는 해외 무대에서 뛰면서 타격 기술과 상대를 파악하는 능력은 한층 더 좋아졌다. 일본 무대에서 4년간 98차례 대포를 가동했고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플래툰 시스템 속에 기회가 많이 않았으나 14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타고난 힘이 뛰어나고 기술 완성도가 높은 만큼 7년 만에 홈런왕 등극을 기대해도 될 듯.
2011년 홈런왕에 올랐던 최형우는 정확성과 파괴력을 겸비했다.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40홈런을 쏘아 올린 적은 없다. 최형우는 "나는 홈런왕과 거리가 멀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언제든지 장타 생산이 가능하다. 최형우 영입을 통해 장타 생산 능력 상승을 노리는 KIA의 기대 효과도 있다. 지난해 데뷔 첫 홈런 1위에 올랐던 최정과 지난해 37차례 대포를 가동하며 홈런 3위에 이름을 올린 김재환도 후보로 꼽힌다.
▲2년 연속 외국인 홈런왕 탄생할까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이후 우즈(1998년), 서튼(2005년), 테임즈(2016년) 등 3차례 외국인 홈런왕이 탄생했다. 올 시즌 외국인 거포들의 활약도 주목해볼 만하다. 윌린 로사리오(한화)와 다린 러프(삼성), 재비어 스크럭스(NC)가 대표적인 후보로 꼽힌다. 지난해 KBO리그에 데뷔한 로사리오는 33차례 대포를 쏘아 올렸다. 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 시즌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 경신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러프는 삼성이 그토록 바라던 오른손 거포. 메이저리그(MLB) 경력만 따지면 KBO 리그 외인 타자 중 최정상급. MLB에서도 힘은 충분히 보여준 선수로 잠재적인 홈런왕 후보에도 포함된 바 있다. 타자 친화형 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홈그라운드로 사용하는 부분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스크럭스도 국내 무대에 첫 발을 내딛었지만 타고난 힘이 좋아 홈런왕 경쟁에 뛰어들 후보로서 손색이 없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