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올해 미네소타의 개막전에서는 박병호(31·미네소타)의 모습을 볼 수 없다. 현지에서도 봇물 터지듯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미네소타의 결정에 미스터리만 커지고 있다.
미네소타는 30일(이하 한국시간) 박병호를 마이너리그 캠프로 이관시킨다고 밝혔다. 마지막까지 5선발·백업 포수·주전 지명타자를 저울질한 미네소타는 이날 구단 차원의 결정을 내렸다. 5선발은 아달베르토 메히아, 백업 포수는 크리스 지메네스가 낙점된 가운데 25인 진입이 사실상 확실해 보였던 박병호는 명단서 제외돼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한다.
현지의 구단 담당기자는 물론 팬들까지 의아함을 드러냈을 정도로 박병호의 마이너행은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 박병호는 이번 스프링 트레이닝 팀 내 최고 타자였다. 박병호는 30일까지 시범경기 19경기에서 타율 3할5푼3리, OPS(출루율+장타율) 1.159, 6홈런, 13타점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냈다. 팀은 물론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최상위권 성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팀 내 최고 타자를 빼고 시즌을 개막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에 미네소타의 결정에는 몇몇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첫째는 이번 25명의 엔트리가 개막에 대비한 최선이었는지, 둘째는 미네소타의 구상에 과연 박병호는 있는지, 셋째는 콜업 시기는 언제쯤이냐는 것이다.
구단 관계자들은 박병호를 제외한 것이 어려운 결정이었으며, 단지 투수 13명을 넣기 위한 구조적 결정의 희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약한 선발진을 8명의 불펜 자원으로 메우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미네소타의 시즌 초반 일정은 그렇게 빡빡하지 않다. 3일 개막전을 치른 뒤 4일 휴식을 취하며, 이후 5연전 이후 다시 휴식일이 있다. 즉 초반 일정은 4선발로 돌려도 된다.
여기에 야수 백업도 의아하다. 미네소타는 백업 포수 지메네즈가 주전 1루수 조 마우어의 백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네소타의 25인 중 포수는 주전 제이슨 카스트로와 지메네스 둘뿐이다. 로비 그로스먼이 임시로 1루를 볼 수 있다고 하지만 검증된 것은 없다. 자칫 잘못하면 포수와 1루 백업을 놓고 상황이 꼬일 수도 있다.
이쯤 되자 미네소타의 구상에 박병호가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미네소타는 지난 2월 초 우완 불펜 자원인 맷 벨라일을 영입하면서 박병호를 40인 로스터에서 빼버렸다. 비록 지난해 부상으로 부진하기는 했지만 4년 계약을 맺은 선수를 웨이버 공시한 것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설사 그것이 전략적 판단이라고 해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례는 아니었다.
현재 프런트 오피스는 박병호를 영입한 인사들이 아니다. 그리고 이들이 팀의 실권을 장악한 후 박병호는 팀의 중심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40인 로스터 제외는 그렇다 치더라도, 박병호의 시범경기 활약은 일부러 자리를 만들어줘도 될 법한 성적이었다. 현지에서는 “미네소타가 박병호의 트레이드에 나선다고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라는 분위기다. 이처럼 박병호가 시범경기 활약상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점을 모두가 느끼고 있다.
세 번째는 박병호의 콜업 시기다. 미네소타가 이번 25인 결정을 ‘투수 13명’에 방점에 두고 있다면, 향후 일반적인 투수 12명 체제가 된다면 타자 하나가 올라올 수 있다. 몇몇 선수들이 있지만 역시 0순위는 박병호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시기가 언제인지는 불투명하다. 또한 박병호의 경쟁자로 평가됐던 케니스 바르가스와는 또 한 번 경쟁이 불가피하다. 바르가스는 시범경기 막판에 당한 발 부상으로 25인에 들지 못했다.
박병호가 0순위라고 하지만 구단 수뇌부는 이미 바르가스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올해 개막 지명타자 자리를 바르가스에게 주려고 했던 것부터가 이를 증명한다. 박병호가 트리플A에서 바르가스보다 좋은 타격을 보여주고도 또 다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사실상 미네소타의 박병호 포기 선언으로 간주해도 무리가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