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6년차 IBK기업은행. 그러나 명가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IBK기업은행은 30일 화성 실내체육관서 열린 흥국생명과 '2016-2017 NH농협 V-리그' 챔피언결정 4차전을 세트 스코어 3-1로 따내며 정상에 올랐다. 창단 6년 만에 맛본 세 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이었다.
IBK기업은행은 2011-2012시즌 창단하며 V-리그에 합류했다. 이후 여섯 시즌 동안 세 번의 우승과 두 번의 준우승을 맛봤다. 첫 시즌 5위로 꼴찌를 면한 IBK기업은행은 올해까지 5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명실상부 리그 최강팀 중 하나로 군림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올해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이정철 감독은 올 시즌이 유독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확인할 필요 없다. 나부터 정말 어느 때보다 힘들다. 앞선 두 시즌과 비교해봐도 올 시즌이 유독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2014-2015시즌은 외국인 선수 데스티니 후커가 부상으로 40일간 결장했지만, 합류 직후부터 반등에 성공했다. 당시 IBK기업은행은 6라운드부터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을 전승으로 끝마쳤다. 풀세트 접전이 한 차례도 없던, 압도적 기세였다.
지난 시즌도 초반 고전했만 중반부터 12연승을 달리며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김희진과 리즈 맥마혼이 차례로 손가락 골절을 당하며 힘이 빠졌고, 챔피언결정전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정철 감독은 "이제 와 하는 말이지만, 당시에는 반쯤 체념한 상태였다"라고 밝혔다.
그렇게 '체념'했던 시즌보다 이번 시즌이 더 어려웠던 것이다. 이 감독은 "이렇게 말하면 엄살부리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백업 멤버 부족에 시달렸다"라며 "주전들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대신 투입될 선수가 없으면서 전반적으로 여유가 없었다"라고 분석했다.
주전 선수들의 의존도가 높은 데다 일정마저 힘들었다. BK기업은행은 지난 13일간 7경기를 치렀다. 정규리그 경기였어도 피로감이 상당할 일정. 그러나 그보다 몇 배는 더 힘들다는 포스트시즌의 살인적 일정이 이어지고 있다. 이정철 감독은 "사령탑을 잡은 이후 이렇게까지 훈련 없이 경기를 치른 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악조건의 연속. 하지만 IBK기업은행은 정규리그 1위 흥국생명을 꺾고 '업셋 우승'을 만들어냈다. 24-18 매치 포인트 상황, 상대의 서브가 네트에 걸리는 순간, IBK기업은행 선수단은 코트로 뛰쳐나와 서로를 얼싸안았다. 우승에 익숙해질 법도 한데 선수들 얼굴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럼에도 다음 시즌 전망이 마냥 핑크빛은 아니다. 창단 멤버 김희진, 박정아, 채선아를 필두로 세터 김사니, 리베로 남지연, 센터 유미라까지 총 6명이 시즌 종료 후 FA(프리에이전트)로 풀린다. 세터만 있다면 팀 하나를 꾸릴 수 있을 수준이다. 물론 IBK기업은행 입장에서야 모두를 잡고 싶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멤버로 코트를 누비는 건 어쩌면 올 시즌이 마지막일 수도 있는 셈이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은 매번 어려운 도전을 펼쳐왔고 올 시즌까지 세 번의 성공을 맛봤다. 그것이 IBK기업은행의 역사였다. 다음 시즌 IBK기업은행이 펼칠 또 하나의 반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ing@osen.co.kr
[사진] 화성=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