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31일 전국 5개 구장에서 일제히 치러지는 2017시즌 KBO리그 개막전. 지난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한 지 20년째를 맞아 처음으로 개막전 선발투수 전원이 외국인 투수들로 채워졌다. 토종 투수들의 성장이 더딘 만큼 외국인 투수들의 기세가 등등하다.
올 시즌에도 각 구단에서 2명씩, 총 20명의 외국인 투수가 리그에 뛴다. 그 중에서 최고 외국인 투수는 누구일까. KBO리그 경험자들과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신입 선수들의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 경험자들의 롱런 활약
지난해까지 KBO리그 최고 외인 투수는 두말 할 것 없이 더스틴 니퍼트(두산). 지난해 개인 최다 22승을 올리며 시즌 MVP를 차지한 니퍼트는 올해로 벌써 7년차 최장수 타이기록을 세웠다. 통산 80승을 기록 중인 니퍼트는 다니엘 리오스(90승)의 외인 최다승 기록도 갈아치울 게 유력하다. 도전받는 입장인 니퍼트는 "주위에서 여러 대결 구도를 만들고 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자신의 투구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니퍼트에게 자신만만하게 도전장을 던진 이가 있으니 바로 2년차 헥터 노에시(KIA)다. 지난해 리그 최다 206⅔이닝을 던지며 15승5패 평균자책점 3.40 탈삼진 139개를 기록한 헥터는 대체선수대비 승리 기여도를 의미하는 WAR 수치도 6.91로 니퍼트(5.15)보다 높았다. 그는 "항상 어느 누구에게도 뒤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니퍼트도 뛰어나지만 내가 한 수 위"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앤디 밴헤켄(넥센)도 꾸준함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 2012년부터 올해로 6년차가 된 밴헤켄은 통산 65승으로 역대 외국인 투수 3위에 랭크돼 있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에 도전했으나 시즌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유턴했지만, 12경기에서 7승3패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일본에 다녀온 이후 오히려 한 단계 발전했다는 평가.
이외 3년차가 된 메릴 켈리(SK)도 화려하지 않지만 구위와 안정감에서 최고가 될 자질이 있다. 지난해 타선 득점지원을 받지 못해 9승에 그쳤지만, WAR은 5.84로 니퍼트를 넘어 헥터에 이어 전체 2위였다. 2015년 다승왕(19승)·골든글러버 에릭 해커(NC), 지난해 18승에 탈삼진 1위(160개)를 차지한 마이클 보우덴(두산)도 최고의 자리를 넘본다.
▲ 거물 신입들의 도전
새롭게 들어온 거물급 선수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대표적인 선수가 지난 2011년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 강속구 투수 알렉시 오간도(한화). 신입 외인 투수 중 최고액 180만 달러를 받는다. 캠프 연습경기 때 최고 구속 152km를 던지며 거물의 힘을 보여준 오간도는 시범경기에서도 2게임 7이닝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노히트' 투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개막전 선발로는 낙점받지 못했지만 여전히 최고의 외인 투수 후보로 꼽힌다. 그는 "마음만 먹은면 98마일(158km)까지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오간도와 함께 강력한 원투펀치로 주목받고 있는 카를로스 비야누에바(한화)도 명성이나 이름값만 놓고 보면 최고 수준. 지난 11년간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는데 최근 10년이 풀타임이었다. 구속은 140km대 초반으로 아주 빠르지 않았지만, 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원하는 곳에 제구할 수 있다. 김성근 감독도 그의 안정성을 높이 사며 오간도 대신 개막전 선발로 낙점했다. 그는 "한국이란 먼곳까지 온 것은 팀을 이기게 하기 위해서이다. 개인 경쟁보단 팀 우승을 원한다"고 말했다.
오간도와 함께 180만 달러를 받는 제프 맨쉽(NC)도 주목해야 할 도전자. 지난해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월드시리즈 로스터에 포함, 2경기 구원등판한 현역 빅리거다. 시범경기에도 2경기 8이닝 5피안타 4볼넷 2사구 5탈삼진 5살짐 3실점 평균자책점 3.38로 준수한 성적을 냈다. NC에서 오간도 대신 뽑은 선수란 점에서 흥미로운 맨쉽은 "니퍼트와 친하다. 그처럼 MVP를 목표로 하겠다"며 스스럼 없이 최고 목표를 밝혔다.
이외 넥센 구단 사상 최고액 110만 달러를 받고 입단한 션 오설리반도 시범경기 3게임에서 13이닝 8피안타 2볼넷 1사구 14탈삼진 4실점(1자책) 평균자책점 0.69로 호투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돈 로치 역시 3게임에서 2승 평균자책점 3.00으로 활약, kt의 외인 투수 잔혹사를 끝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로치도 개막전 선발투수로 데뷔전을 갖는다. /waw@osen.co.kr
[사진] 니퍼트-헥터-밴헤켄(위), 오간도-맨쉽-비야누에바(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