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화제성 혹은 여덕몰이..KBS가 '여자 예능'에 꽂힌 이유
OSEN 정소영 기자
발행 2017.03.31 10: 29

KBS가 연달아 여자 예능을 선보이고 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과 '하숙집 딸들'에 이어 웹에서 먼저 공개되는 '아이돌 드라마 공작단' 역시 레드벨벳 슬기와 전소미 등 걸그룹 멤버들로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현재 방송가에는 여자 방송인이 이끌어가는 프로그램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기존 방송되고 있는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새롭게 론칭하는 파일럿이나 신상 예능 역시 남자 예능인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시간을 달리는 남자', '문제적 남자', '살림하는 남자'와 같이 타이틀 자체가 남자인 프로그램도 적지 않다. 
이쯤되니 '여자 예능'을 밀고 있는 KBS의 행보에 새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BS는 올해 비슷한 시기 '언니들의 슬램덩크2'와 '하숙집 딸들' 등 여성 스타가 메인인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또한 걸그룹이 직접 드라마를 만드는 '아이돌 드라마 공작단(가제)'도 준비 중이다. 원조 여자 예능 '해피선데이-여걸식스'를 탄생시켰던 주인공답다.

이처럼 연달아 '여자 예능'을 선보이는 이유를 KBS 예능국의 한 관계자로부터 직접 들어봤다. 이 관계자는 "오비이락인 셈이다. 여자 예능을 하자고 고집한 건 아니고 우연치 않게 그렇게 됐다"라며 "하지만 변화의 폭이 남자보다 여자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다양성, 화제성, 폭발성 측면에서 폭이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크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돌 드라마 공작단'에 대해서는 "웹에서 먼저 선보이는 예능으로 틈새시장을 노렸다. 또 드라마 타이즈 형식이기 때문에 변화의 폭이 넓은 걸그룹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했다"라며 "KBS로서도 실험적으로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돌 드라마 공작단'의 연출을 맡은 고국진PD 역시 같은 이유로 걸그룹 예능을 택했다고 말했다. 고PD는 “수많은 아이돌 틈에서 걸그룹을 택한 건 개인적으로 판단했을 때 아무래도 여자 멤버들이 감수성이 풍부하니까 조금 더 표현에 능숙하고 진정성 면에서 어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특히 아이돌 그룹들의 애환을 녹인 드라마인 만큼 다이어트나 트레이닝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걸그룹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욱 풍부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고PD는 "걸그룹의 고충을 에피소드를 통해 녹여서 보여주며 그 친구들의 캐릭터가 잘 드러나는 그런 예능과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다"라며 "여자가 꼭 먼저여야 한다는 건 아니었는데 기획의도에 조금 더 충실하게 따라 와줄 출연자가 걸그룹이었다"라고 밝혔다.
물론 이는 타겟 시청층을 고려한 선택이기도 했다. 10~20대의 젊은 시청층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구한다고 밝힌 고PD는 “요즘 '여덕'이라고 걸그룹을 좋아하는 여자들이 많아졌다. 왜 걸그룹을 좋아하는지, 어떤 면을 보고 좋아하는지 그런 심리를 반영하려고 했다”라며 ‘여덕 몰이’를 예로 들었다.
하지만 고PD는 ‘아이돌 드라마 공작단’이 걸그룹과 관련된 프로그램이지만, 그들과 빠질 수 없는 경쟁자이자 동료인 남자 아이돌도 출연할 수 있으며, 추후 공개될 방송에 대한 반응이 좋을 경우에는 보이그룹 버전도 만들 계획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KBS는 화제성을 누릴 수 있는 장치이자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방법으로서 '여자 예능'을 선보이고 있다. 흥행이나 시청률을 떠나 여자 예능의 부재가 커지고 있는 현 방송가에서 이러한 행보는 그 시도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실험과 모험을 발판으로 삼아 다시 한 번 레전드 여자 예능을 배출할 어느 날을 기대해본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KBS,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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