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피고인' 이름도 없었다던 오승훈, 키플레이어된 이유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7.04.02 13: 59

도무지 아무렇지 않게 악행을 저지르던 '피고인' 속 악인이라는 생각이 들지가 않는 풋풋함이 가득하다. 맑은 미소와 선한 인상이 인상적. 드라마 데뷔작에서 아주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오승훈과의 대화는 그 자체로 신선했고 또 강렬했다.
오승훈은 지난 달 28%가 넘는 높은 시청률로 종영된 SBS 드라마 '피고인'에서 차민호(엄기준 분)가 시키는대로 악행을 저지른 김석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피고인'은 오승훈의 첫 드라마. 그럼에도 그는 지성, 엄기준 등 베테랑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알리는데 성공했다.
종영 후 만난 오승훈은 "공허하고 아쉽다. 그간 참 많이 배웠지만, 더 의욕적으로 배우고 싶은데 끝이 나서 아쉬움이 크다"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방송 내내 검은 모자를 쓰고, 검은 옷만 입고 다녀 음산한 분위기를 형성했던 그다. 대사도 많지 않았고, 웃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를 언급하자 오승훈은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재미있게 농담을 한다. 하지만 저는 그럴수가 없었다. 제 감점은 누구도 책임을 져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선배님들과 같이 하는 신이 많지 않아서 혼자 해야 하는 것이 많았다. 첫 드라마 현장이다 보니 압박도 컸고 긴장도 많이 됐다. 내가 잘하는 건지 모르겠고. 연습을 많이 해갔는데도 외롭고 고독했다"라고 설명했다.
오승훈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오히려 질문을 더 많이 했다고. 모르는데 '혼자 이럴까' 생각하는 것보다는 확신을 가지기 위해 뻔뻔하게 물어보는 편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란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냉혹한 킬러라면 차민호에게 혼나고 나서 "죄송하다"는 말만 하고 있을 애가 아닐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고민이 많았다. 훈련된 킬러는 아닐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가님께 귀찮을 정도로 전화를 많이 드렸다. 어떤 아이인지를 알아야 감정 표현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에 작가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쁜 놈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라고 말했다. 그리고 눈빛, 보이스, 호흡 등이 여유있고 냉정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고.
그러면서 오승훈은 "대본리딩 때는 대본이 4부까지 나와 있었는데, 석이라는 이름조차 없었다. 그래서 단역 정도로 알았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분량이 늘어났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작가님이 석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셨다"며 "종방연 때 작가님께서 민호와 석이의 이야기를 다 만들어놓으셨다고 하더라. 작가님이 보시기에도 재미있었는데 민호와 정우(지성 분)의 이야기를 최대한 담다 보니 언급하는 정도로만 나갈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를 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오승훈은 자신의 연기에 대해 "부족했다. 초반에는 혼란스러웠다. 현장에 적응하고 배우면서 조금씩 다듬어지긴 했지만 처음엔 목소리 톤도 마음에 안 들었다. 또 샤프해야겠단 생각에 얼굴 살도 뺐다. 끝날 때즘엔 더 무서울 수 있었지 않았나 싶더라. 만약 연기 경험이 더 많았다면 정말 나쁜놈으로 표현했을텐데 아쉽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런 오승훈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한순간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는 연기, 즉 거짓말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진짜'의 감정이고 싶다. 그래서 사전 작업이 중요하다. 진실되고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라고 연기자로서의 당찬 포부를 전했다. /parkjy@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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