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시리아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 후반 48분. 권순태(33, 가시마 앤틀러스)가 평소 볼 수 없었던 행동을 했다. 골키퍼들이 흔히 공을 갖고 시간을 끄는 지연 행위를 한 것. 주심 아드함 마카드메흐는 권순태에게 지체없이 옐로카드를 꺼냈다.
많이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권순태에게서는 아니다. 지난해까지 전북 현대에서 뛰었던 권순태는 지연 행위를 거의 하지 않았다. 공을 잡으면 언제나 공격 진영으로 빠르게 보냈다. 공격 지향적인 전북의 경기 운영에 맞는 행동이었다. 그만큼 시리아전에서 보인 권순태의 지연 행위는 낯설었다.
권순태도 지연 행위에 대해 인정을 했다. 그는 "경고도 생각을 했다. 보시는 분들에게 안 좋게 보였겠지만 우리는 결과를 내야 하는 경기였다. 시리아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우리는 승점 3점을 얻어야 하는 경기였다. 경기가 끝날 때가 되서 그런 플레이를 하게 됐다"며 아쉬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드러냈다.
이날 한국은 전반 4분 홍정호가 선제골을 넣었지만 추가골을 넣지 못해 애를 먹었다. 경기 막판 시리아의 거센 공세에 골문이 잇달아 흔들리기도 했다. 권순태는 강력한 슈팅이 얼굴로 날아왔지만 피하지 않고 오히려 얼굴을 내밀면서까지 골문을 지켰다. 그 결과 한국은 1-0으로 이기고 2위 자리를 지켰다. 만약 승리를 놓쳤다면 3위까지 내려갈 수도 있었다.
권순태는 "전북에서 뛰면서 지연 행위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는 빠르게 공격 진영으로 연결했었다. 그러나 오늘은 승점 3점이 중요했다. 그런 부분에서 내가 생각하던 것과 다른 행위를 했다"며 "시리아의 역습에 대비하면서 수비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실점을 하지 않고 승점을 가져온 부분에 대해서는 만족한다"고 전했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서울월드컵경기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