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을 느끼면 될 것도 안 된다."
KBO리그에서 '한국시리즈 3연패'에 성공한 건 해태 왕조와 삼성이 유이하다. '절대 강자'였던 김성근 감독의 SK 역시 한국시리즈 3연패는 실패했다. 한 시즌 잘할 수는 있어도 그 기세를 꾸준히 이어가기 어렵다는 의미.
2011시즌부터 2014시즌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던 삼성은 다른 팀보다 부담감과 더 많이 싸웠다. 류중일 당시 삼성 감독은 2013시즌을 앞둔 시점에서 신년인사를 통해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렵다. 모두가 우리를 노린다"라며 압박감을 드러낸 바 있다. '공공의 적'이 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다.
실제로 27일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미디어데이 & 팬페스트' 행사에서 두산을 제외한 9개 구단 감독들이 '두산 타도'를 선언했다. 특히 지난해 한국시리즈서 두산에 내리 4연패를 당하며 우승 목전에서 미끄러진 NC의 김경문 감독은 칼을 갈고 있다. 김 감독은 "NC뿐만 아니라 나머지 구단들도 두산을 잡는 데 집중하자"라고 도발했다.
하지만 막상 두산 선수들은 큰 부담 없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미디어데이를 앞두고 만난 김재호(32)는 특유의 미소로 취재진을 환영했다. 김재호는 "솔직히 부담은 별로 안 된다. 지난 시즌에는 압박감이 있었지만 올해는 아니다. 이제 부담을 가질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언뜻 도전을 받는, '지키는 자'답지 않은 각오처럼 느껴질 멘트. 속내를 뜯어보면 부담 대신 자신감이 자리해있었다.
김재호는 "제일 높은 자리에 있으면 '언제 떨어질까'하는 부담감이 있다. 그러다보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커진다. 그런 부분을 최소화해야 팀 전체가 강해진다"라며 "선수단에게 늘 즐기자고 주문한다. 잘하려고 하면 꼬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만을 경계하면 한국시리즈 3연패도 어렵지 않게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방마님' 양의지(30) 역시 자신감은 마찬가지. 그는 "지난해 선발투수진은 '판타스틱4'를 구축했다. 올 시즌 뒤떨어지는 선수가 있어도 이들이 마운드를 이끌 것으로 확신한다"라며 "기존 4선발까지에 함덕주가 5선발로 가세한다. 게다가 불펜에 이용찬, 홍상삼 등 군 복무 복귀 선수와 김승회까지 새 얼굴이 많다"라며 약점까지 메웠음을 밝혔다.
지난해 두산은 약점을 드러내도 공략하기 쉽지 않은 틈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맛 본 고기’를 상대 팀에게 넘겨주지 않겠다는 각오까지 더해졌다. 고기의 맛은 이들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