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번".
한화 김성근 감독이 27일 KBO리그 미디더에디에서 공개한 개막전 선발투수는 등번호 42번의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34)였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34)도 유력한 개막전 선발 후보였지만 김성근 감독은 일찌감치 비야누에바를 낙점하며 컨디션 상태를 지켜봤다.
김성근 감독은 개막전 선발로 비야누에바를 선택한 것에 대해 "이미 일주일 전에 미리 정했다. 비야누에바와 오간도 둘 모두에게 각자 이런 일정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렇게 가기로 했다"며 "(외부에서는) 누구나 오간도가 먼저 나갈 줄 알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두 선수 모두 시범경기 리허설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오간도는 2경기 7이닝 무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위력을 떨쳤고, 비야누에바도 3경기에서 11이닝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4실점 평균자책점 3.27로 쾌투했다. 누가 개막전 선발로 나가도 이상할 게 없지만 오간도에 조금 더 무게가 기울었다.
김 감독은 "비야누에바의 변화구가 얼마나 통할 수 있을지 보고 싶다. 타이밍을 어떻게 뺐을지가 키가 될 것이다"며 선발로 낙점한 이유를 설명했다. 비야누에바는 직구 구속은 140km대 초반이지만, 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 등을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어 두산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반대로 오간도는 150km대 빠른 공을 던지는 장신 파워피처이지만 직구·슬라이더 투피치 위주로 구종이 단조롭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압도적인 투구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집중타를 맞을 수 있다. 개막전 중요성을 감안하면 압도적이지 않아도 안정감이 있는 비야누에바가 조금 더 낫다는 판단을 했다.
실제로 오간도는 지난 8일 일본 미야자키 캠프에서 치러진 두산과 연습경기에 선발로 나섰으나 4이닝 8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다소 고전한 바 있다. 김 감독은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이 같은 상대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김 감독은 지난 2년간 미디어데이 때마다 개막전 선발투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정보 누출을 꺼리는 김 감독이 "올해는 기선제압을 해보려고 한다"며 비야누에바 선발을 공개한 것은 그 나름대로 파격이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2년간 선발 공개를 하지 않았는데 결과가 안 좋았다"고 웃으며 답했다.
2015년 미치 탈보트, 2016년 송은범이 각각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갔지만 한화는 2년 연속 연장 12회 접전 끝에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2년 연속 스코어도 4-5로 같았다. 징크스에 유독 민감한 김 감독은 이 점도 신경 쓰였다. 개막전 선발을 미리 공개함으로써 올해는 꼭 개막전에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waw@osen.co.kr
[사진] 비야누에바-오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