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주’ 손흥민, 못하면 큰일...잘해도 문제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3.28 06: 10

‘딜레마’다. 손흥민(25, 토트넘)이 잘해도 문제고, 못해도 큰일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아직 이끌고 있는 축구국가대표팀은 28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리아를 상대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7차전을 치른다. 한국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다. 
한국은 지난 23일 중국 창사원정에서 충격의 0-1 패배를 당했다. 같은 날 시리아가 우즈베키스탄(승점 9점)을 1-0으로 잡아주며 한국(승점 10점)은 겨우 A조 2위를 유지했다. 이란은 카타르를 1-0으로 잡으며 승점 14점으로 달아났다. 

한국은 여전히 위기다. 만약 한국이 시리아와 비기거나 잡힌다면 본선에 직행할 수 있는 2위 자리가 위태로워진다. 최악의 경우 3위로 떨어져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한국은 지난해 9월 6일 말레이시아에서 치러진 시리아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시리아의 침대축구에 농락을 당했다. 홈경기지만 한국이 시리아를 시원하게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 손흥민 부진으로 비기거나 진다면...한국축구 러시아행 위기
에이스 손흥민은 중국전에서 경고누적으로 뛰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직 시리아전에만 뛰게 하기 위해 한 자리를 손흥민에게 할애했다. 유럽에서 중국으로 날아간 손흥민은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는 굳이 안 해도 될 훈련을 자청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중국전에서 손흥민은 벤치에도 앉을 수 없었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전했다. 동료들과 같이 싸울 수 없는 그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왼쪽 날개로 남태희를 대신 투입했다. 최전방에는 ‘황태자’ 이정협이었다. 구자철이 2선 중심에 서고 오른쪽은 지동원이 투입됐다. 한국은 65%의 점유율을 쥐고 좌우를 흔들었다. 남태희는 특유의 드리블을 활용한 돌파를 선보였다. 하지만 한국은 공을 소유했을 뿐 결정적 기회는 창출하지 못했다. 중국의 밀집수비를 깨지 못했다. 
오히려 한국은 역습상황에서 중국의 패스에 수비가 무너지는 위기를 수차례 연출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결국 한국은 결승골을 실점했다. 중국전에서 손흥민처럼 상대 측면을 완벽하게 붕괴시켜 슈팅까지 연결할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답답한 경기가 이어졌다. 손흥민의 빈자리가 절대적으로 컸다. 
한국은 시리아와 1차전서 73%의 점유율을 보유하고도 한 골도 뽑지 못했다. 지동원이 원톱에 서고 이청용, 구자철, 이재성의 라인업이었다. 손흥민은 뛰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리아의 침대축구에 제대로 당했다. 최후의 카드인 손흥민마저 시리아전 침묵한다면 한국은 사실상 믿을 구석이 없다. 안방에서 시리아의 침대축구에 다시 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국은 최대한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뽑아야 한다. 
▲ 손흥민 대활약으로 이긴다면...슈틸리케 또 면죄부
손흥민이 대활약해 한국이 이겨도 문제다. 슈틸리케는 중국전이 끝난 후 “그렇다면 중국의 스리톱에 맞서 우리가 포백을 서는 것 말고 또 무슨 전술을 펼쳤어야 했는지 기자들에게 묻고 싶다”며 반문을 했다. 자신의 전술은 문제점이 없는데 괜한 지적을 한다는 슈틸리케의 반응이었다. 
손흥민이 합류해 대활약을 펼쳐 이긴다면 물론 대표팀에 좋은 일이다. 다만 자신의 전술적 역량부족을 회피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슈틸리케에게 다시 한 번 면죄부를 줄 우려가 있다. 슈틸리케의 ‘손흥민 의존증’은 바뀌지 않을 공산이 크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진출’이 목적이 아닌 ‘월드컵 16강 돌파’가 목적이다. 더 크고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 특정선수에 의존해서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15일 우즈베키스탄에게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내용은 여전히 최악이었다. 하지만 후반전 남태희와 구자철이 두 골을 터트려 위기에서 탈출했다. 두 선수의 골이 터지지 않았다면 슈틸리케는 지금 대표팀 감독에서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과연 한국이 지금의 전력으로 라이벌 우즈베키스탄, 이란을 꺾고 본선에 갈 수 있을까. 간다해도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슈틸리케에게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주어졌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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