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는 3명까지만 결정됐다. 4~5선발은 중간하고 결합해야 한다".
시범경기가 끝나면서 대부분 팀들이 선발 로테이션을 거의 확정됐다. 4~5선발 자리가 정해지지 않은 팀들이 시범경기 기간 마지막 옥석을 가렸다. 그러나 한화는 시범경기 2주가 지나도록 선발 로테이션을 확정짓지 못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시범경기 최종인 26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선발은 3명까지만 결정됐다. 배영수까지다"며 외국인 투수 알렉시 오간도,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와 함께 3선발로 배영수가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어 남은 4~5선발 두 자리에 대해 김 감독은 "결정하고 안 하고 문제가 아니다. 중간하고 결합해야 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사실상 4~5선발 자리를 고정으로 정해두지 않고 중간 구원투수들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사. 적어도 4~5선발 투수가 나오는 날은 짧게 던질 선발투수들에 이어 불펜이 결합하는 야구를 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김 감독의 선발 로테이션에는 이태양과 윤규진이 포함돼 있었다. 두 선수 모두 일본 오키나와 1차 스프링캠프 기간 일찌감치 선발로 낙점됐다. 그러나 캠프 연습경기부터 시범경기까지 페이스를 회복하지 못했다. 이태양은 3경기 9⅓이닝 22피안타(4피홈런) 2볼넷 1사구 6탈삼진 17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이 무려 16.39였다. 윤규진은 2경기에서 7이닝 11피안타 2볼넷 4탈삼진 5실점으로 평균자책점 6.43에 머물렀다.
또 다른 선발 후보였던 장민재도 3경기 4⅔이닝 7피안타(1피홈런) 3볼넷 5탈삼진 7실점(5자책) 평균자책점 9.64로 부진했고, 심수창도 지난 16일 대전 넥센전 3⅔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호투 후 목에 담이 오는 바람에 개점 휴업했다. 어깨 수술과 재활을 끝낸 안영명도 2경기 5이닝 5피안타 4볼넷 4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잘 던졌지만 이닝을 길게 끌고 가기엔 무리가 있다.
사실 시범경기로 본다면 송은범이 당장 선발진에 들어가도 이상할 게 없다. 3경기 10이닝 10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11탈삼진 2실점 평균자책점 1.80으로 부활을 기대케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송은범은 선발로 정하지 않았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쓸 것이다"며 스윙맨에 비중을 두고 있다. 불펜 결합 야구를 선언한 만큼 송은범이 핵심 역할을 맡을 것이다.
실제로 송은범은 시범경기 3게임 모두 구원으로만 나와 4이닝 투구만 두 번 있었다. 시범경기 기간 유일하게 80구 이상 소화한 투수가 없을 정도로 선바 후보들의 볼 개수도 늘리지 않았다. 김 감독은 "선발야구라고 하는 건 6~7회까지 가줘야 하는데 그만한 투수가 별로 없다"며 "선발 후보들은 많다. 3이닝씩 투수를 바꾸는 경기가 많아질 수 있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 막판 베테랑 송신영의 연투 가능성, 팔꿈치 부상에서 돌아온 송창식의 부활을 확인했다. 4~5선발 후보들과 중간 투수들의 결합으로 운용하겠다는 계획이 보였다. 송신영은 25~26일 SK와 시범경기 마지막 2연전 모두 구원등판, 각각 1이닝-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송창식도 26일 경기에서 2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올려 큰 문제가 없다면 개막 엔트리 승선이 확실시된다.
김 감독의 야구는 오랜 기간 선발보다 구원에 무게중심이 기울었다. 에이스가 나오지 않는 날은 물량공세, 벌떼 마운드로 승부했다. 올 시즌에도 4~5선발을 정해두지 않고 시즌에 들어감에 따라 김 감독의 불펜 결합 야구가 변함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waw@osen.co.kr
[사진] 송은범-송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