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거포 외야수 최진행(32)이 돌아왔다. 인고의 세월을 딛고 1년만에 1군 무대로 컴백했다. 너무나도 그리웠던 1군이었다.
최진행은 23일 대전 KIA전 시범경기에 맞춰 1군 복귀했다. 최근까지 2군 퓨처스 선수단과 함께 움직인 최진행은 시즌 개막 일주일을 앞두고 마침내 1군에 올라왔다. 뜻하지 않은 부상과 재활, 생각보다 길어진 2군 생활로 마음고생했지만 그럴수록 더 독하게 준비했다. 320일만에 올라온 1군 공기도 새로웠다.
▲ 힘겨운 재활, 길었던 2군 생활
최진행의 가장 최근 1군 경기는 지난해 5월7일 수원 kt전이었다. 당시 5회말 좌익수 수비 중 유격수 최윤석과 엉켜 넘어지며 펜스에 그대로 부딪쳤다. 검진 결과 좌측 견관절 상완골두골절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은 피했지만, 뼈가 붙을 때까지 두 달 넘게 깁스를 했다. 최진행은 "뼈가 부러졌지만 인대를 다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그 순간을 떠올렸다.
재활 과정은 길었다. 그는 "2~3개월 동안 팔을 움직이지 못했다. 고정핀을 박아야 하는데 잘못 움직이다 틀어지면 다시 교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잠을 잘 때도 (다친 어깨 쪽으로는) 움직이지 않았다. 정말 가만히 있어야만 했다"고 힘든 순간을 되돌아봤다. 그동안 큰 부상 없이 뛰었던 그였기에 오랜 기간 바깥에서 야구를 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어깨가 다 회복된 뒤에는 종아리 등 다른 부위가 문제를 일으켰다. 결국 2군에서 캠프를 시작했고, 1~2군 소통 문제로 1군 복귀가 생각보다 늦어졌다. 그는 "캠프 시작 전 종아리가 안 좋았지만 금세 괜찮아졌다. 일본 고치에서부터 2군 선수단과 계속 같이 움직였다.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 훈련도 하고 경기에도 나갔다. 이제 몸 상태는 멀쩡하다"고 자신했다.
▲ 두려움 없이 펜스에 부딪치겠다
펜스 충돌로 큰 부상을 입은 선수라면 트라우마가 생길 법 하다. 하지만 최진행은 "그런 건 없다. 같은 상황이라면 다시 펜스에 박아버릴 것이다. 의식하면 오히려 더 다칠 것이다"며 "부상을 당한 날에도 펜스에 박기 전 먼저 다리에 걸려 넘어져 부딪친 것이다. 펜스는 죄가 없다"는 농담을 던질 정도로 펜스 공포증은 없어 보였다.
부상 순간을 떠올리면 심리적으로 너무 쫓기고 있었다. 그는 "부상 전날 경기에서 실수를 했다. 그래서 공이 딱 뜨는 순간 '이건 놓치면 안 된다. 무조건 내가 잡는다'는 생각으로 뛰어가다 다친 것이다. 여유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심리적인 여유를 갖고 움직여야 부상도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이제 남은 건 시즌 개막에 맞춰 몸 상태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최진행은 "시범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2군에서 정상적으로 훈련해왔기 때문에 몸 상태는 문제없다. 타격감이 문제다. 경기를 하면서 빨리 감을 잡아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복귀전에서 7번 좌익수로 선발출장한 최진행은 6회 중견수 키 넘어나는 2루타를 터뜨리며 첫 안타를 신고했다. 3타수 1안타 1볼넷. 시범경기였지만 "손에 땀이 나더라"고 말할 정도로 그에겐 간절하고 그리웠던 1군 무대였다. 앞으로 보여줄 게 더 많이 남은 최진행이다. /waw@osen.co.kr
[사진] 대전=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