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호수비' 수비에서 펄펄난 김동엽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3.23 15: 20

김동엽(27)이 '반쪽 짜리 선수'라는 오명을 지울 수 있을까. 시범경기까지는 순조롭다.
김동엽은 2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와 경기에 6번 좌익수로 선발출장, 2타수 무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수비에서 두 차례 호수비를 선보이며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주목을 받았다.
SK는 시범경기에서 외야 실험을 한창 진행 중이다. 여덟 번의 시범경기에서 SK 좌익수로는 이명기가 네 차례, 김동엽이 세 차례, 정진기가 한 차례씩 선발출장했다. 그러나 김동엽은 좌익수로 출장하지 않은 경기에서 우익수나 지명타자로 꾸준히 나서고 있다. 18일 KIA전 한 차례 결장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고 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신임을 보내는 것이다.

김동엽은 시범경기 내내 이러한 믿음에 보답하고 있다. 타율은 2할5푼8리로 낮지만 안타 8개 중 홈런이 2개, 2루타가 3개다. 순도 높은 장타 덕에 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힐만 감독이 김동엽에게 믿음을 보내는 이유는 변화다. 그는 김동엽의 두 가지 변화에 주목했다. 바로 수비력 증가와 삼진율 감소. 23일 경기 전 힐만 감독은 "김동엽의 수비 경험이 부족하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단호하게 밝혔다. 힐만 감독은 "김동엽의 수비는 분명히 괜찮다. 송구 능력이 아쉽긴 했지만 미국 스프링캠프 때부터 갈고 닦아 많이 괜찮아졌다"라고 강조했다.
삼진율도 마찬가지. 김동엽은 이날 경기 포함 29타수에서 삼진 3개를 당했다. 삼진율은 10%다. 지난해 143타수 41삼진으로 삼진율 28.7%를 기록했던 모습과는 상반된다. 힐만 감독은 "김동엽의 삼진율이 크게 줄었다"라며 "팀에 거포가 많아 컨택 능력을 갖춘 타자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만들어낸다면 크게 상관 없을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김동엽은 이날 경기에서도 자신의 변화를 증명했다. 특히 수비가 인상적이었다. 2회 2사, 이병규의 타구가 좌익수와 3루수, 유격수 사이 애매한 위치로 향했다. 깊숙한 위치에서 수비하던 김동엽은 한참을 내달려 이병규의 타구를 잡아냈다. 유격수 박승욱과 3루수 최정 모두 김동엽을 툭 치며 격려했다.
진짜 호수비는 0-2로 뒤진 3회에 나왔다. 호투하던 선발 문승원이 3피안타로 갑자기 흔들린 상황. 2사 주자 1·3루 상황에서 서상우의 타구가 펜스 근처로 향했다. 그러나 김동엽은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펜스에 부딪히며 서상우의 타구를 잡아냈다. 1루측 관중 모두가 박수를 보낸 호수비였다.
타석에서도 안타는 없었지만 7회 1사 3루서 희생플라이로 정의윤을 불러들이며 결승타를 기록했다. 무사 2루서 박정권에게 번트를 대게 한 힐만 감독의 선택이 적중한 것.
약점이던 수비에서 박수를 받은 김동엽. 그는 그렇게 시범경기에서 진화하고 있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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