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FA(프리에이전트) ‘투수 최대어’로 평가받았던 차우찬(30)이 LG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그 가치를 완벽히 증명했다.
차우찬은 2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와 시범경기에 선발등판, 4⅓이닝 1피안타(홈런) 무사사구 6K 1실점 호투를 펼쳤다. 투구수는 49개. 최정에게 내준 홈런을 제외하면 퍼펙트 투구였다.
경기 전 양상문 LG 감독은 “(차)우찬이에게 4~5이닝 정도를 맡길 생가이다. 투구수는 70개를 전후할 것 같다”라며 “꼭 이 투구수에 맞추지는 않을 생각이다. 편하게, 던질 만큼 던지고 내려왔으면 좋겠다”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차우찬은 양 감독이 밝힌 70구에 턱없이 모자란 49개를 던지고 투구를 마쳤다.
기록에서 드러나듯 차우찬은 경기 내내 압도적이었다. 주목할 건 아웃의 내용이다. 이날 차우찬은 13개의 아웃카운트 중 6개를 삼진으로 잡았다. 특히 1회 2사에서 만난 최정부터 2회 마지막 타자 김동엽까지 네 타자 연속 탈삼진을 기록했다.
삼진에 이어 뜬공이 5개였다. 차우찬의 지난 시즌 땅볼/뜬공 비율은 0.95(146/154)였다.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 16명 중 전체 6위. 압도적으로 뜬공이 많은 건 아니지만 땅볼/뜬공 비율 1위(2.00)을 기록한 메릴 켈리(SK) 등에 비하면 뜬공 빈도가 잦았다.
‘뜬공형 투수’ 차우찬의 LG 이적은 그에게 호재다. LG의 홈구장인 잠실야구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보기 드물 만큼 외야가 넒다. 뜬공 투수에게 최적화된 셈. 차우찬의 뜬공 유도가 빛을 발할 환경이다. 실제로 차우찬은 이날 경기서 0.40의 땅볼/뜬공 비율로 이 점을 뽐냈다.
차우찬의 호투가 더 큰 의미를 갖는 건 상대가 SK였기 때문이다. 차우찬은 지난 세 시즌, SK를 상대로 14경기(5선발등판)에서 40.2이닝을 던지며 4승3패3홀드, 평균자책점 6.20으로 부진했다. 같은 기간 차우찬이 상대한 팀 중 가장 기록이 나빴다. 고전했던 팀을 상대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셈이다.
물론 최정에게 내준 홈런은 옥에 티. 최정은 지난 세 시즌 차우찬에게 타율 4할2푼9리(7타수 3안타), 3타점, 3득점으로 강했다. 안타는 모두 단타였지만 차우찬에게 강했다는 인상을 남기에는 충분했다. 차우찬은 최정에게 시범경기 첫 만남부터 홈런을 허용하며 약한 모습을 떨치지 못했다.
첫 등판이었다. 게다가 시범경기. 그러나 차우찬이 이날 선보인 압도적인 피칭은 LG 코칭스태프와 팬들이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