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일본을 꺾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첫 우승에 도전할 자격을 얻었다.
미국은 22일(이하 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제4회 WBC’ 준결승전에서 1-1로 팽팽히 맞선 8회 운이 따른 결승점을 뽑은 끝에 2-1로 이겼다. 신승을 거둔 미국은 전날(21일) 네덜란드를 승부치기 끝에 누르고 결승전에 선착한 푸에르토리코와 23일 대회 결승전을 치른다.
3회 대회까지 준결승에 진출한 것이 최고 기록을 정도로 야구 종주국과 주최국의 체면을 구겼던 미국의 첫 결승 진출이다. 23일 승리한다면 첫 우승과도 인연을 맺는다. 미국은 이번 대회 2라운드서 푸에르토리코에 초반부터 점수를 준 끝에 패해 탈락 위기까지 몰렸었다. 복수전의 기회다.
반면 1·2회 대회 우승국인 일본은 3회 대회에 이어 두 번 연속 준결승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결과론적이지만 실책이 너무 아쉬웠다.
초반은 양팀 선발투수들의 구위가 타선을 압도했다. 미국은 태너 로어크, 일본은 스가노 도모유키가 역투를 펼쳤다. 팽팽하던 승부에서 미국이 앞서 나간 계기는 하나의 실책이었다. 0-0으로 맞선 4회 1사 후 옐리치의 타구를 2루수 기쿠치가 실책을 저지르며 불씨가 살아났다. 미국은 2사 후 호스머의 볼넷으로 득점권 기회를 만든 뒤 매커친의 좌전 적시타 때 선취점을 뽑았다.
몇 차례 출루에 성공하고도 득점과 인연을 맺지 못한 일본은 6회 1사 후 기쿠치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는 중월 솔로포를 날려 단번에 균형을 이뤘다. 그러자 미국은 필승 셋업맨인 밀러를 곧바로 호출해 일본의 추가 득점을 막고 경기 흐름을 내주지 않았다.
승부는 다시 실책성 플레이로 요동쳤다. 미국은 8회 1사 후 크로포드의 안타에 이어 킨슬러가 2루타를 쳐 1사 2,3루 기회를 만들었다. 그 다음 존스 타석 때 일본의 치명적인 실수가 나왔다. 점수를 내주지 않을 수 있었던 3루 방면 타구를 3루수 마쓰다가 제대로 잡지 못한 것. 타자를 1루에서 잡아 실책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으나 그 사이 3루 주자 크로포드가 홈을 밟아 미국이 천금 같은 결승점을 냈다. 정상적인 플레이였다면 이닝이 그대로 종료될 판이었다.
선발 로어크에 이어 계투진을 총동원한 미국은 7회 다이슨, 8회 멜란슨과 네셱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 일본의 추격을 저지했고 9회 그레거슨이 등판, 리드를 마지막 순간까지 지켰다. 일본은 8회 선두타자로 나선 대타 우치카와가 안타를 쳤고 2사 후 아오키가 볼넷을 골라 역전주자까지 내보냈으나 쓰쓰고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 땅을 쳤다. 그만한 기회는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양팀 선발들은 모두 잘 던졌다. 로어크는 4이닝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스가노는 6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버텼다. 양팀 모두 마운드가 힘을 낸 반면 타선은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일본으로서는 실점의 빌미가 된 실책 2개가 뼈아픈 하루였다. /skullboy@osen.co.kr
[사진] (위) 결승점을 올린 크로포드 (아래) 동점포를 날린 기쿠치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