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박수칠 때 떠나는 돌연변이 '예능'도 있다
OSEN 엄동진 기자
발행 2017.03.20 17: 11

박수를 받으며 정상의 자리에서 떠나기는 어렵다. 매주 시청률 표에 사활을 거는 '예능 정글'에서는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말이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돈 문제가 걸려있다. 직간접 광고 매출을 포기하기 쉽지 않다. MBC '무한도전'은 7주 결방만으로도 20억원의 광고 매출이 펑크났다고 알려졌다.
그런 이유로 KBS 2TV '1박2일' SBS '런닝맨' 등의 예능 프로그램들도 과거 박수칠 때 내려오지 않고, 일단 버티고 재 론칭하는 길을 택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론칭하는 '도박'보다는 정상을 찍고 내리막을 걷더라도 검증된 프로그램이 낫다는 판단이다.

그런 의미에서 SBS 'K팝스타'는 예능계 돌연변이에 가깝다. 벌써 여섯 번째 시즌을 진행하고 있지만, 매년 핫하고 매 시즌 새롭다. 19일 방송에서는 평균 시청률 16.1%(닐슨코리아)를 찍었다. 주말 예능 최고 시청률이다. 
하지만 'K팝스타'는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다. 이번 시즌의 타이틀부터가 '라스트 찬스'이며 이 말이 번복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왜 'K팝스타'는 정상의 위치에서 스스로 내려오며 예능계 돌연변이가 되는 길을 택했을까. 이 결정은 방송국의 주도가 아닌, 방송국의 동의를 거친 결정일 수 있다. 정상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스스로 퇴진시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방송국 보다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세 기획사 수장의 판단일 가능성이 높다. 
첫 째 'K팝스타'의 인기와는 무관하게, 힙합 장르를 제외한 오디션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건 흐름이다. 영원할 것 같던 엠넷 '슈퍼스타K' 역시 과감하게 이번 시즌 휴업을 선언했다.
이번 시즌 'K팝스타'가 아티스트형 가수보다 걸그룹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가요계 흐름, 연예계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고 '촉'이 살아있는 양현석, 박진영 두 프로듀서가 이를 모를리 없다. 
둘째 세 기획사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야할 동력을 사실상 찾기 힘들어졌다. 안테나는 이 프로그램으로 가장 큰 수혜를 봤다. 회사 브랜드를 전국적으로 알렸고 샘김, 정승환, 이진아 등 인기 가수들을 발굴해냈다. 하다못해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사무실도 확장했다. 이젠 이 갖춰진 인프라 속에서 유망주들을 진정한 의미의 'K팝스타'로 키워낼 때다.
YG와 JYP 역시 이제는 방송을 통한 발굴보다는 시장 관리에 집중해야할 타이밍이다. 게다가 'K팝스타'가 아니라고 해도 실력있는 연습생들은 언제나 이 두 회사의 문을 두드린다.
결과적으로 똑똑한 결정이며 용기있는 선택이다. 이 산의 정상이 곧 낭떠러지의 끝일 수도 있다는, 선견지명은 아무나 가질 수 없다.
'K팝스타'가 연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종방이 다가올 수록 다음 시즌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하지만 또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흐름은 언제고 돌아올 수 있고, 그 흐름을 놓칠 사람들이 아니다. 아이돌과 힙합이라는 지금의 가요계 흐름은 또 언제 어떻게 변하고, 'K팝스타'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 kjseven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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