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이승엽(41, 삼성)에게 2017시즌이 선수 생활 마지막이다. 2년 전부터 이승엽은 '2017시즌까지 뛰고 은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그에게 남은 시간은 하루하루 다가온다.
삼성 팬들 뿐만 아니라 전국의 야구팬들에게 이승엽이 선수로 뛰는 것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시범경기부터 이승엽을 향한 관심과 인기가 뜨겁다. 마치 은퇴 투어가 시범경기부터 시작된 풍경이 벌어졌다.
18~19일 마산구장. 경기 전 그라운드와 가까운 3루측 다이나믹존 그물망 사이로 이승엽의 사인회(?)가 열렸다.
18일 경기 시작 30분전, 삼성의 선발 출장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워밍업을 하러 나올 때 이승엽은 그물망으로 다가가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줬다. 삼성 유니폼, 모자, 야구공을 들고 길게 늘어선 팬들의 줄은 줄어들 기색이 없었다. 사인을 하면서 힐끗힐끗 전광판 시계를 쳐다보던 이승엽은 5~6분 가량 사인을 해주고 급하게 워밍업을 하러 갔다.
19일에도 마찬가지. 이날 선발 출장에서 빠진 이승엽은 더 여유있게 팬들의 사인에 응했다. 줄지어 기다리는 팬 중에서 NC 유니폼을 입고 사인을 받으러 온 관중도 있었다. 이승엽은 "이제 그만이에요", "여기 어린이까지만 하고 그만할게요"라고 몇 차례 말했지만, 성격 좋은 그는 그러고도 뒤늦게 찾아온 팬들까지 다 해주고 나서야 돌아섰다. 다 끝난 뒤 사인펜을 주인에게 돌려주면서 "잘 썼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이날은 10분 넘게 걸렸다.
이승엽은 '팬서비스가 보기 좋다'는 말에 "아침 8시 숙소 식당을 가는데 사인 받으러 오는 팬들도 있더라. 야구장에 오시면 사인해주겠다고 했다"며 "지금은 시범경기라 팬들과 이런 시간이 된다. 정규 시즌에 들어가면 경기에 집중해야 해서 시간이 없다"고 웃으며 설명했다.
이승엽의 존재는 시범경기부터 관중 흥행에도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 지난 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4차례 시범경기의 관중 숫자는 심상치 않았다.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4000명, 3151명, 3460명, 4059명이 라이온즈파크를 찾았다. 4경기 모두 그날 열린 시범경기 중 최다 관중이었다.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NC-삼성의 시범경기에도 삼성 유니폼을 입은 원정 팬들의 숫자가 많았다. 3루 내야석의 대부분이 삼성 팬이었다. 19일 마산구장 관중 수는 7030명. 이날 이대호가 선발 출장한 사직구장(7190명), 대전구장(7540명)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숫자였다. 은퇴를 앞둔 이승엽 효과가 포함됐다고 볼 수 있다.
삼성의 이번 주 시범경기는 원정 6연전이다. 광주 KIA전, 잠실 두산전, 고척 넥센전을 치르는 일정이다. 이승엽을 조금 더 가까이서 보려는 팬들이 발길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orange@osen.co.kr
[사진] (위) 19일 마산구장에서 팬들에게 사인 해주고 있는 이승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