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외인 프리뷰1] AGAIN? 두산 외인, KS 3연패 보증수표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3.19 10: 36

두산은 지난해 압도적인 힘을 과시하며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준비된 새 얼굴이 대단한 활약을 펼쳤고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춘 조직력은 톱니바퀴처럼 돌아갔다. 여기에 세 명의 외국인 선수들까지 대활약하며 완벽한 양념을 쳤다.
KBO 리그의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외국인 선수의 성공 확률은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대성공을 거두기는 더 어렵다. 그 어려운 일을 지난해 ‘두산이 해냈다’. KBO 공식 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 집계에서 세 선수의 합은 무려 15(에반스 5.19·니퍼트 5.15·보우덴 4.66)였다. 대체 선수 수준에 비해 팀에 15승을 더 안겼다는 의미다. 단연 리그 1위였다. 세 선수가 있는 한, 두산은 정규시즌에서 안 좋은 성적을 내기가 더 어려웠다.
장수 외국인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6)는 하락세에 있던 경력을 일거에 뒤집었다. 28경기에서 167⅔이닝을 던지며 무려 22승(3패)을 쓸어 담았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리그 최우수선수(MVP),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가 당연한 것처럼 따라왔다. 2011년 KBO 리그에 데뷔한 이래 개인 최고의 성적이기도 했다.

니퍼트의 활약이 어느 정도 예견된 ‘상수’였다면, 마이클 보우덴(31)과 닉 에반스(31)는 기대 이상의 ‘변수’였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불안요소가 있었던 보우덴은 30경기에서 180이닝을 소화하며 18승7패 평균자책점 3.80으로 활약했다. 보우덴보다 더 우려가 컸던 에반스는 시즌 초반 부진을 날리며 118경기에서 타율 3할8리, 24홈런, 81타점을 수확해 팀의 든든한 동력으로 거듭났다.
그런 세 선수를 굳이 바꿀 이유가 없었던 두산이었다. 세 선수와 모두 재계약했다. 막판까지 시간을 끈 니퍼트와는 외국인 역대 최고 연봉인 210만 달러를 안겼다. 보우덴과는 110만 달러, 에반스와는 68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합계 388만 달러(약 44억 원)라는 거액을 쏟아 부었지만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다. 한 구단 외국인 선발 관계자는 “저 정도 성적을 보장하기 위해 얼마를 써야 할까”라고 했다. 부러움의 대상이다.
한국시리즈 3연패에 도전하는 두산이다. 세 선수는 그 밑그림의 확실한 나무이자 강이다. 한국 무대에서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 올해도 팀 전력을 굳건하게 잡아줄 것이라는 전망은 무리가 아니다. 기대도 크다. 그러나 그만큼 부담도 커졌다. 기대치와의 전쟁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도 고개를 든다.
한 해설위원은 “사실상 지난해 성적은 외국인 선수들이 낼 수 있는 최대치이지 않은가. 올해도 그런 성적을 기대한다면 실망스러울 수는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내다봤다. 세 선수의 기량에 의심을 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난해는 모든 것이 다 잘 맞아 떨어진 시즌이었다. 올해도 그런 순탄한 길이 앞에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정상은 차지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어렵다. 지난해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도 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니퍼트의 기량에 의심을 품는 것, 구구절절 장점을 논하는 것은 부질없다. KBO 리그에서 벌써 80승을 거둔 투수다. 다만 한 살씩 더 먹어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나이는 분명 부담스럽다. 최근 몇 년은 잔부상이 많았다는 것도 위협요소다. 그 탓에 이닝 소화는 널뛰기(2013년 118이닝, 2014년 179⅓이닝, 2015년 90이닝, 2016년 167⅔이닝)다. 니퍼트의 장점은 결국 힘 있는 패스트볼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이를 담보할 건강이 변수가 될 것이다.
보우덴은 지난해 다소 들쭉날쭉한 면모를 후반기에 잘 억제하며 성공으로 내달렸다. 역시 패스트볼과 스플리터·슬라이더 조합은 검증을 마쳤다. 힘을 유지한다면 올해도 두 자릿수 승수는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다만 지난해 소화한 180이닝의 피로도를 빨리 풀어야 한다. 180이닝은 개인 경력 최다 이닝이다. 2010년 이후 보우덴의 최다 소화 이닝은 2015년 트리플A에서의 123이닝이었다.
시즌 초반 ‘퇴출’ 이야기까지 나오다 극적으로 변신한 에반스는 지난해 후반기 최고 타자 중 하나였다. 에반스의 지난해 후반기 OPS(출루율+장타율)는 1.023으로 리그 6위, 잠재 성적으로 이어지는 인플레이 타구 속도(136.8㎞)는 전후반기 통틀어 리그 5위였다. 다만 옆구리 계통 유형의 투수들을 상대로 한 타율은 1할5푼7리에 불과했다. 스윙 궤적부터 상성이 잘 맞는 조합은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에반스 공략’에 대한 상대 마운드의 견제는 더 집요해질 수 있다.
물론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니퍼트와 보우덴은 올해 위로 좀 더 넓어질 스트라이크 존의 수혜를 받을 이론적 가능성이 존재한다. 하이패스트볼을 잘 던지고,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투수들이다. 에반스는 외국인 야수들에게 가장 어려운 1년차를 ‘발전’ 속에 잘 넘겼다. 이를 고려하면 부정적인 면을 모두 고려해도 여전히 리그 평균 이상의 성적을 낼 것이라는 견적이 나온다. 분명한 것은 한국시리즈 3연패를 위해서는 이 선수들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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