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신재영-김지용의 상반된 '써드 피치론'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3.19 09: 06

신재영, “체인지업, 승부구로 쓰기에는 부족하다”
김지용, “스플리터를 쏠쏠히 사용하겠다”
지난 시즌 KBO리그는 선발투수 신재영(28·넥센)과 불펜투수 김지용(29·LG)을 발견했다. 두 선수는 모두 나란히 지난해 1군 풀타임 시즌이 처음이었고,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하는 ‘투 피치’ 투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공통점 하나가 더해졌다. 바로 제3의 구종, ‘써드 피치’ 장착 도전이다.

신재영은 지난 시즌 30경기에 등판해 168⅔이닝을 소화하며 2655구를 던졌다. KBO리그 통계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해 신재영의 전체 투구 중 43.4%가 슬라이더였다. 속구의 비중이 43.1%였음을 감안하면 슬라이더 의존도가 높았음이 드러난다. 둘을 합치면 85.5%. 사실상 투 피치 투수였다.
김지용 역시 극단적인 투 피치 투수였다. 김지용은 지난 시즌 51경기에 나서 63이닝 동안 1049구를 뿌렸다. 이 중 54.9%가 속구. 슬라이더는 36.5%에 달했다. 둘을 합치면 91.4%. 속구와 슬라이더 의존도는 신재영보다 더했다.
이들이 슬라이더를 많이 던진 건 그만큼 위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신재영의 지난 시즌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2할4푼4리, 피OPS(피출루율+피장타율)는 0.587로 저조했다. 지난해 장민석(한화)의 OPS가 0.592였다. 타자들은 타석에서 신재영의 슬라이더를 상대로 장민석만큼의 결과를 얻어간 것이다. 김지용 역시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압박했다. 김지용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2할7리, 피OPS는 0.546으로 신재영보다 더 뛰어났다.
두 선수 모두 슬라이더에 대한 자신감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신재영은 "슬라이더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다"라고 언급했다. 김지용도 “양상문 감독님께서 슬라이더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며 “나 역시 슬라이더는 자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속구와 슬라이더, 두 구종만으로는 패턴의 한계가 있다. 신재영과 김지용은 올 시즌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약속이라도 한 듯 나란히 ‘써드 피치 장착’을 선언했다. 김지용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기존에 던지던 속구, 슬라이더를 확실히 가다듬은 뒤 스플리터를 연습하겠다”라며 “여러 구종을 던져봤는데 나한테는 스플리터가 잘 맞았다”라고 설명했다. 신재영 역시 “속구와 슬라이더만으로는 부족했다”라며 “체인지업은 원래 잘 던지던 구종이다. 스프링캠프 동안 체인지업을 완성할 생각이다”라는 계획을 전했다.
약 40일간의 스프링캠프가 지나고 시범경기가 시작됐다. 두 선수의 만족도는 딴판이었다. 김지용은 “물론 주무기는 여전히 스플리터”라는 전제를 단 뒤, “캠프에서 스플리터를 많이 던져봤는데 생각보다 잘 먹혔다”라고 자평했다. 반면 신재영은 “체인지업 욕심을 많이 냈는데 쉽지 않았다”라며 “오히려 슬라이더에 소홀했다. 장점을 유지하는 데 신경 쓸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스프링캠프를 치르면서 써드 피치에 대한 두 선수의 생각은 딴판이 된 것. 신재영은 시범경기 첫 등판이던 지난 16일 한화전에 선발등판해 3⅔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3삼진 5실점으로 부진했다. 당시 속구는 22개를 던졌고, 슬라이더는 42개, 체인지업은 6개에 불과했다. 반면 김지용은 2경기에 출장해 2⅔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 5탈삼진으로 호투 중이다. 스플리터를 결정구로 쓰지는 않지만 보여주는 공으로 간간히 사용하고 있다.
지난 시즌 닮은꼴 행보로 주목을 받았던 신재영과 김지용.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써드 피치 장착 결과에서는 다른 길을 걷게 됐다. 물론 이들은 지난해 속구와 슬라이더만으로도 리그를 압도했던 선수들이다. 풀타임 2년차 신재영과 김지용의 달라진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올 시즌 KBO리그의 재미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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