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포지션 경쟁은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최종적인 실전 오디션과 리허설을 통해 새로운 선수들의 자리와 역할을 찾는 것이 시범경기의 목적인데, 롯데는 이 과정을 내외야 모두 겪고 있다. 우선 황재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떠난 내야의 주전 3루수 자리가 경쟁의 시작점이다. 또한 김문호-전준우-손아섭으로 구축된 외야진의 뒤를 받힐 주전급 백업 선수의 발굴도 현재 조원우 롯데 감독의 시범경기 구상에 들어 있다.
그런데 이 내외야의 다른 듯 한 고민의 교집합에 들어온 선수가 내야수 김상호(28)다. 김상호의 포지션은 본래 1루수지만 이대호가 들어오면서 경쟁력과 잠재력을 다시금 끌어올리기 위해 3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해 훈련해 왔다. 오승택, 문규현, 정훈의 경쟁 구도에 1루에서 3루로 먼 길을 돌아온 김상호의 가세까지. 주전 3루 경쟁은 시시때때로 주도권이 달라지고 있는 추세다. 또한 김상호는 최근 오키나와 전지훈련부터 외야수로도 출장을 하고 있다. 외야 주전이 되기엔 기존 주전들의 지위가 견고하기에 외야 백업의 역할을 테스트 한 것. 김상호 개인 입장에서는 처절한 몸부림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사실 가장 수비 부담이 적은 1루수가 주 포지션인 선수가 다른 포지션으로 전향할 경우 역할에 대한 의문과 실제 경기력에도 반드시 부담이 될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은 갖고 있다. 그렇기에 김상호가 현재 여러 자리를 테스트하는 시간은 선수 본인에게도 부담과 중압감이다. 실제로 3루수로 선발 출장한 지난 15일 SK전에서 땅볼 타구를 한 차례 놓친 뒤 악송구를 범했고, 병살 처리 과정에서 공을 글러브에서 한 번에 빼지 못하는 실책을 범했다.
하지만 이 모든 위험부담을 감수하고도 김상호의 역할에 대해 조원우 감독도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유는 역시 방망이 재능과, 스프링캠프부터 이어져 온 타격감이었다. 조원우 감독은 “(김)상호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호는 이번 시범경기 전 경기에 출장해 매 경기 안타를 신고하고 있다. 4경기 타율 0.308(13타수 4안타) 1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미 지난해 역시 타석에서 자신감 있는 스윙과 타격 능력은 검증을 받았다. 장타력에서 다소 아쉬움은 있었지만 자신감은 김상호의 무기가 됐다. 어느 순간에서도 자신의 스윙을 할 수 있는 젊은 타자들은 손에 꼽을 수 있다. 그렇기에 김상호의 활용 방안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김상호를 3루만큼 익숙하지 않은 외야수로 내보내는 것도 김상호의 타격 능력을 썩힐 수 없기 때문. 그리고 이는 외야 백업 경쟁의 격화로도 이어진다. 나경민, 김재유, 박헌도, 이우민이 현재 외야 백업 2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만약 내야 자원 김상호가 외야 멀티 자원 역할로 합류할 경우 4명 중 2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1명만 살아남게 된다. 조 감독은 “상호의 활용에 따라서 외야를 4명으로 갈지 5명으로 갈지 그 부분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호는 현재 시범경기 4경기에서 1루수로 3경기를 선발 출장했다. 하지만 오는 18일 LG전부터는 주전 1루수 이대호가 선발 라인업에 복귀한다. 이제 1루수로 선발 출장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을 전망. 김상호의 타격 재능을 썩히지 않으면서 1군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롯데의 끊임없는 고민은 계속 이어진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