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수비 시프트, KBO리그에 전환기 오나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7.03.18 06: 10

힐만 SK 감독 "수비 시프트 적극 활용"
양상문 LG 감독, 적극적인 시프트 시도
 #WBC 1라운드 한국-이스라엘 경기. 한국 대표팀의 2번타자 서건창이 1회 좌타석에 들어서자 이스라엘 내야진은 움직임이 부산했다. 유격수 스콧 버챔은 1루수(네이트 프라이먼)와 2루수(타일러 크리거) 사이의 우익수 앞 외야 잔디로 자리를 옮겼다.

메이저리그의 애드리안 곤잘레스(LA 다저스)처럼 당겨치는 좌타자를 대비한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였다. 5회 1사 1,2루, 주자 2명이 출루한 상황에서 서건창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도 유격수는 2루 베이스 쪽으로 거의 붙어 서 있었다. 덕분에 서건창이 밀어친 타구가 유격수 글러브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나 좌전 적시타가 되기도 했지만.
제리 웨인스타인 이스라엘 감독(콜로라도 스카우팅&선수 개발 특별보좌)과 톰 감보아 불펜코치(뉴욕 메츠 산하 마이너리그 감독)는 메이저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한국 타자들의 타구 방향을 면밀히 분석했음을 알 수 있다.
2017시즌 KBO리그의 '수비 시프트'에 새로운 전환기가 도래할 전망이다. 메이저리그의 시프트 트렌드를 적극 받아들이는 추세다.
미국 야구에 정통한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데이터를 토대로 수비 시프트를 펼칠 것이다. 캠프에서 선수들에게 시프트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넓혔다"고 밝혔다. LG는 타자들의 성향에 따라 2루수와 유격수의 위치를 대폭 옮기는 수비 시프트를 선보이고 있다.
#1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삼성전. 삼성 외국인 타자 러프가 2회 첫 타석에 들어서자 유격수 강승호와 2루수 손주인이 왼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러프가 밀어치기 보다는 당겨치기 위주의 풀히터라는 데이터에 따른 수비 위치 변화였다. 수비 위치를 옮긴 강승호는 이날 러프의 타구를 2회와 4회 두 차례나 손쉽게 아웃시켰다.
17일 경기에서 러프는 7회 좌전 안타성 타구를 때렸으나 3루쪽으로 위치를 옮긴 유격수 오지환의 글러브에 바로 잡히는 직선타 아웃으로 물러나기도 했다. LG는 수비 시프트 덕분에 안타 대신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첫 대결부터 러프 상대로 수비 시프트는 빛을 발했다. 
좌타자 이승엽 상대로는 2루수가 외야 쪽으로 물러나는 것 뿐만 아니라 유격수가 2루 베이스 오른쪽으로 옮겼다. 2회 이승엽의 1루-2루 사이의 땅볼 타구를 유격수 오지환이 달려나온 2루수 손주인 바로 앞에서 먼저 잡아 1루로 던져 '유격수 땅볼 아웃'으로 기록됐다. 오지환은 수비 후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양상문 LG 감독은 리그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수비 시프트를 사용하는 감독이다. 지난해까지 테임즈(전 NC), 최형우(KIA), 오재일과 김재환(이상 두산) 등 당겨치는 왼손 슬러거 상대로 유격수 오지환은 2루 베이스 근처로 이동했다. 양 감독은 "투수에 따라 시프트를 걸기도 하고, 정상 위치에서 수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힐만 감독은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수비 시프트를 강조했다. 청백전에서 좌타자 박정권 상대로 적극 테스트했다. 
힐만 감독은 "시프트는 통계를 기반으로 해서 시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내야수를 상대 타자가 타구를 가장 많이 치는 곳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뉴욕 양키스에서도 그랬고, 최근 몸 담았던 휴스턴이 굉장히 통계를 잘 활용하는 팀이다. 통계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투수들이 어느 정도 제구만 된다면 시프트는 수비하는 입장에서 쉽게 아웃을 잡을 수 있다. SK 선수들의 반응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매년 시프트 횟수가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베이스볼 인포 솔루션(BIS)에 따르면, 지난해 9월30일까지 30개 구단의 시프트 횟수는 2만 8000회. 이는 2015시즌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만 회 이상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힐만 감독은 "간혹 빗맞아서 시프트와 반대로 안타가 되는 상황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타구는 우리가 예상하는 대로 온다. 전체적으로 보면 성공 사례가 훨씬 더 많다. 시프트에 대해 불안해 하지 말고 더 큰 그림을 그리고, 현명한 선택이라 믿고 따르면 된다"고 강조했다. SK 선수들은 이러한 감독의 지론을 받아들여 변화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팀마다 장타력을 지닌 좌타자들을 상대로 상대 팀 2루수들이 '2익수'(우익수 앞 외야 잔디까지 물러나 위치) 수비를 펼치는 것은 일반적인 그림이 됐다. 올 시즌에는 '2익수'가 아닌 내야진 전체의 유기적인 시프트가 더욱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야구팬들에겐 흥미로운 볼거리가 될 것이다. /orang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