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G 연속 유격수 선발 출장 및 풀타임
1군 백업 진입 청신호
SK는 네 차례 시범경기에서 매번 다른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단 한 자리, 유격수만큼은 박승욱(25)이 매 경기 선발로 나서 전 이닝을 소화했다. 박승욱은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으로 1군 엔트리 진입에 청신호를 켜고 있다.
지난 14일 시작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시범경기. 대부분의 팀들은 여러 선수들을 테스트하며 정규시즌에서 쓰임새를 따져본다. SK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외국인 감독 트레이 힐만(54)에게 사령탑을 맡겼다. 자연히 선수를 파악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았고 시범경기 라인업은 어느 팀보다도 북적북적하다.
그러나 박승욱은 네 경기에 모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하며 힐만 감독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다. 외국인 유격수 대니 워스의 어깨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점도 있지만, 교체가 빈번한 시범경기에서도 중간에 빠지는 일 없이 전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그의 네 경기 성적은 타율 2할5푼(12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으로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기록을 세세히 따져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박승욱이 시범경기에서 때려낸 안타 세 개 모두 득점권에서 나왔다. 박승욱은 네 차례 득점권 상황에서 세 번 안타를 기록했다. 지난 14일 롯데와 경기에서는 9회 1타점 결승 적시타를 때려내기도 했다. 물론 득점권 타율은 표본이 쌓일수록 통산 타율에 수렴한다. 고작 네 개의 표본으로 ‘클러치 본능’을 운운하기에는 부족하다. 하지만 신임 감독에게 임팩트를 남기기에는 충분했다. 힐만 감독도 "지난해 가고시마 유망주캠프부터 박승욱을 주목했다. 그가 가진 탄탄한 기본기는 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박승욱은 지난해 SK에 부족했던 ‘눈 야구’를 더할 재목으로 꼽힌다. SK의 지난해 주전 유격수는 헥터 고메즈였다. 고메즈는 전체 492타석 중 ‘톱타자’로 313번 출장한 리드오프. 그는 타율 2할8푼3리, 21홈런, 62타점으로 쏠쏠했다. 하지만 87삼진을 당하는 동안 25볼넷을 골라내는 데 그쳤다. 출루율은 3할2푼5리로 규정타석 55명 중 54위였다. 리드오프로서 선구안은 낙제점이었다.
박승욱은 지난 시즌 36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7푼6리, 출루율 3할5푼4리, 장타율 0.448, 3홈런, 13타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고메즈보다 낮지만 출루율은 더 높았다. 게다가 그가 지난해 만든 24개의 안타 중 장타는 8개. ‘중장거리 유격수’의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물론 SK의 팀 사정에 비춰볼 때 박승욱이 올 시즌부터 주전으로 도약하기는 쉽지 않다. 새 외국인 타자 워스는 주전 유격수로 영입됐다. 워스는 장타력이 떨어지지만 높은 출루율이 장점인 스타일이다. 주전 2루수 역시 김성현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김성현은 지난해 타율 3할1푼9리로 알을 깼다. 그러나 16개의 실책으로 안정감이 부족했다. 박승욱이 올 시즌 백업 내야수로 안정된 수비와 뛰어난 선구안을 유지한다면 출장 기회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쉽지 않은 1군 경쟁. 하지만 박승욱이 시범경기 초반, 정진기와 더불어 힐만 감독의 황태자로 꼽히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