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물러설 데도 없고, 물러설 생각도 없다".
현역 투수 최다승(128승)에 빛나는 배영수(36·한화)가 부활 기지개를 켰다. 배영수는 시범경기 첫 등판이었던 16일 대전 넥센전에 선발등판, 4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4이닝 투구는 41개밖에 되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은 캠프 때부터 "배영수가 5선발 후보 중에서 가장 앞서있다. 올해 어느 자리에서든 제 역할을 해줄 것이다"며 기대를 걸고 있다.
▲ 볼 스피드보다 중요한 것
배영수는 이날 직구(10개)보다 슬라이더(17개)·체인지업(8개)· 포크볼(4개)·커브(2개) 등 변화구를 보다 많이 구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3km까지 나올 정도로 힘이 있었다. 이에 대해 배영수는 "내 나이 37살인데 왜 자꾸 구속 이야기를 하는가"라며 웃은 뒤 "지금 직구가 괜찮다. 아껴두고 있다. 시즌 개막까지 스피드를 끌어올릴 것이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배영수의 고민은 구속이 아닌 폼에 있다. 배영수는 "이것저것 전부 고민해봤는데 와인드업할 때 어떻게 중심을 잡을까 생각한다. 감독님이 자주 말씀하시는 팔스윙에도 영향이 있다. 중심을 오래 잡으면 팔스윙이 커지지만, 짧아지면 팔 스윙도 작아진다. 작년 10월부터 시도를 하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폼이 많이 바뀌었다. 의식적으로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팔스윙이 커지면 볼끝에도 더 힘이 실린다.
세트포지션에서 일정한 포인트를 유지하는 것도 과제다. 배영수는 "야구는 세트 포지션에서 잘 던져야 한다. 정민태 코치님이 '세트 동작이 많이 움츠러들어 있다'고 했다. 나 역시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인데 구부리고 있는 것과 서서 던지는 것은 차이가 많이 난다. 세트 동작에서 내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화구도 스트라이크 잡는 것과 위닝샷을 구분해서 연습 중이다. 배영수는 "전체적으로 슬라이더가 좋았지만 2개 정도 미스가 있었다. 공을 제대로 때렸다면 플라이가 나오는 건데 한가운데 몰리는 게 나왔다"며 "위닝샷을 던질 때에는 낮게 떨어뜨리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흠 잡을 데 없는 투구였지만,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이유다.
▲ 후배들과 경쟁, 불끈불끈
배영수는 "한국에 오면서 다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선발 경쟁을 하고 있고, 나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솔직하게 절박한 심정을 이야기했다. 오간도-비야누에바-이태양-윤규진의 4선발이 어느 정도 정해진 한화는 5선발 자리를 놓고 배영수를 비롯해 안영명·송은범·장민재 등이 경쟁하는 구도로 흘러간다.
배영수는 "올해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잘해야 한다. 진짜 물러설 데도 없고, 물러서고 싶은 생각도 없다.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우리 투수들 다들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팀들은 그냥 시범경기일지 몰라도 우린 아니다. 오랜만에 후배들과 경쟁하는 것이 재미있다. (후배들과 경쟁이) 어색하지만 불끈불끈 거리는 게 있다"고 했다.
현역 최다승 투수이지만 길고 긴 재활 과정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도 얻고 있다. 배영수는 "나이가 드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송)신영이형이나 (박)정진이형에게 몸 관리 방법을 배운다. 공 던지는 기술 하나는 신영이형이 최고이고, 정진이형도 그 나이까지 던지는 것 보면 존경해야 한다. 선배 두 분을 모시며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두 선수에게 고마워했다.
배영수는 "긴 시간 동안 재활을 열심히 했다. 도와주신 분들도 많았지만, 결국은 내가 버틸 수 있었기에 여기까지 온 것이다. 끝까지 살아남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