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 전체가 반성해야 한다”. 야구계 원로인 김응룡 초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이 2017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야구가 안방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은 후 밝힌 지적이다. 프로와 아마 모두 한국야구가 재도약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할 시점이다. OSEN은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디딤돌이 될 미래의 주인공들을 어떻게 키워나가야할 것인지부터 야구계와 함께 고민하기 위해 ‘풀뿌리 야구’를 긴급진단해본다. [편집자주]
최근 한국아마추어 야구계 인사들을 만나면 “요즘은 초등학교 야구 선수도 팔꿈치 수술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놀라워 한다. 아직 제대로 성장도 못하고 야구 기술도 무르익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 무리한 훈련과 경기 출전으로 일찌감치 수술대에 오르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며 걱정하는 야구 관계자들이 많다.
특히 야구 관계자들은 초중고 선수들이 겨울철에 게임 위주의 훈련을 쌓는 것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프로야구에서 선수 재활을 맡고 있는 한 트레이너는 “추운 날씨 속에서 게임을 하다 보면 자칫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근육이 긴장된 상태에서 경기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초등학생 등 청소년 선수들은 한창 자랄 시기이므로 무리한 훈련을 하기 보다는 따뜻한 곳에서 체력 위주의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유명 트레이너들이 있는 재활센터에는 초등학교 선수들도 찾아와 수술 후 재활을 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지난 겨울 부산이나 남해 등 비교적 따뜻한 남쪽 지방을 다니며 고교 선수들의 전지훈련을 지켜봤다는 야구인은 “겨울에는 체력단련에 힘을 써야 하는데 몇몇 학교들이 모여서 추운 날씨에도 게임을 하고 있었다. 선수들 부상 당할까 걱정됐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응룡 회장도 이런 실태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 김회장은 WBC 1라운드 직후 가진 OSEN과의 인터뷰에서 “12월과 1월 겨울에도 고교팀들은 남쪽 지방이나 해외로 나가서 훈련에 경기까지 한다. 겨울에는 체력 훈련 위주로 하면서 선수들을 보호해야 하는데 겨울부터 곧장 경기 위주로 한다. 날마다 경기를 한다고 한다. 선수들이 쉴 시간 없이 추운 날 경기하면 다칠 수밖에 없다. 요즘 젊은 감독들의 생각은 많이 다른 듯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지난 겨울 수도권에서는 초등학교 선수들이 눈을 치우고 경기를 하는 등 부상 위험 속에 어린 선수들을 내몰기도 했다고 한다.
다행히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회와 대한체육회가 나설 전망이다. 김회장은 "대한체육회에서도 제지할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감독들이야 마음이 불안하니 겨울에도 훈련하면서 경기를 하고 싶을 것이다. 고교 팀들이 해외 전지훈련을 나가는 것도 좋지만, 복잡한 문제가 많다. 한 번 해외 나가는데 500만원에서 700만원 정도 든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겐 큰 부담이다. 그래서 코치 하나 없이 내버려두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어린 나이에 그런 문제로 전지훈련을 못 나간다면 그 상처가 얼마나 크겠나”며 한 숨을 쉬었다. 취재하다보니 일부 고등학교는 미국 LA까지 전지훈련을 가는 등 학부모들의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일부 학교는 동창회 등에서 지원하기도 하지만 비용부담은 비슷하다고. 비용 부담이 적고 따뜻한 곳에 협회와 KBO 등에서 하루 빨리 전지훈련장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초등학교부터 변화구를 많이 던지는 것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도 자연스런 변화구는 인정하는 추세여서 변화구 구사에 대한 제약은 없는 상황이다. 몇 년전에는 초등학교 대회에서는 직구만 던지도록 규정을 정했지만 국제대회에서 제재가 없는 규정이라 폐지됐다.
변화구 구사 규제보다는 투구수 제한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야구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동계전지훈련에 대한 규정이 생겨야 한다. 성장기에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는 동계기간에는 부상 위험이 있는 게임위주보다는 체력단련과 기본기 강화 훈련에 중점을 두도록 강제해야 한다. ‘게임기계’는 만들지 말자. 그래야 한국에도 일본의 오타니 같은 대형스타 플레이어가 자랄 수 있다. 게임 위주로 요령만 익히다가 일찍부터 부상으로 재활에 몰두해야 하는 한국 현실에서는 대형 스타가 탄생하기 힘들다”고 강조한다. 오타니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시속 160km대의 광속구와 홈런포 등 투타에 걸쳐서 미국 메이저리그 특급 스타급으로 평가받고 있는 현역 최고의 일본 스타이다.
우리도 오타니처럼 전세계를 호령하는 특급 스타들이 줄줄이 나오기를 학수고대한다.
/박선양 OSEN 스포츠국장 sun@osen.co.kr
[사진]고교야구 주말리그 경기 장면.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