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지만 분위기를 유지하지 못한다. 흔들린다. 추격을 당한다. 그리고 다시 도망간다. 올 시즌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안양 KGC가 매 경기 보여주는 모습이다. 분명 좋지 않은 현상이다. 그러나 치명적이지는 않다. 흔들림에 무너지지 않고 빠르게 정신을 차려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기 때문이다.
1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6라운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KGC는 홈팀 인천 전자랜드를 상대로 1쿼터부터 강하게 밀어 붙였다. KGC는 3점슛 6개를 넣으며 전자랜드의 기선을 제압했다. 주축 외국인 선수 데이비드 사이먼이 1쿼터에만 12점을 몰아 넣었고, 오세근도 9점, 문성곤도 6점을 넣으며 KGC는 1쿼터를 37-14로 마쳤다.
양 팀의 전력 차를 생각했을 때 KGC는 23점의 점수 차를 더욱 벌려야 했다. 그러나 KGC는 경기를 주도하는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2쿼터에는 1쿼터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사이먼은 2득점, 오세근은 3득점에 그쳤다. 키퍼 사익스가 10득점으로 분전했지만 반격에 나선 전자랜드를 막는 건 무리였다. 점수 차는52-40까지 좁혀졌다.
상대의 기선을 제압한 후 턱 밑까지 추격을 당하는 건 올 시즌 KGC의 경기에서 흔하게 나오는 장면이다. 점수 차를 벌린 후 여유롭게 경기를 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하는 것. KGC 김승기 감독은 점수 차를 더 벌리기 위해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면서 실수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승기 감독의 말처럼 KGC는 2쿼터에만 7개의 턴오버를 저질렀다.
하지만 KGC는 흔들림에 무너지지는 않는다. 전열을 가다듬은 KGC는 3쿼터에 경기의 흐름을 다시 바꿨다. 2쿼터에 침묵했던 사이먼이 다시 살아났고, 사익스는 여전히 빠른 스피드로 코트를 휘저었다. 흔들림 이후의 이런 패턴은 한 두 차례가 아니다. 좋다고 할 수 없지만,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다시 끌어 올린 덕분에 KGC는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연히 전자랜드전은 KGC의 승리로 끝났다. 최근 5연승을 달리며 2위 고양 오리온스와 승차를 2경기로 벌려 선두 자리를 굳혔다. KGC의 흔들림이 경기만 놓고 봤을 때는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지만, 시즌 전체를 봤을 때는 그리 치명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안심을 해서는 안 된다. KGC의 궁극적이 목표는 우승이다. 상대의 약점을 비집고 들어가는 플레이오프에서 이런 흔들림은 치명적인 약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