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日 6연승-韓 조기탈락, 엇갈린 WBC 희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3.16 06: 00

두 나라 모두 대회를 앞두고 우려가 컸으나 결과는 완벽하게 엇갈렸다. 한국이 그대로 무너진 반면, 일본은 위기를 잘 넘기고 6연승의 신바람과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양국 야구계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린 2017년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일본은 1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스라엘과의 본선 2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중반 이후 힘을 낸 타선과 안정된 마운드 전력을 앞세워 8-3으로 이겼다. 이로써 일본은 2라운드 3전 전승으로 1위 자격과 함께 결승 라운드가 열릴 미국으로 향한다. 일본 대표팀은 16일 오전 곧바로 출국해 현지 적응 훈련에 들어간다.
아시아 야구를 대표한다는 한국과 일본이다. 실제 WBC에서 두 나라가 거둔 성과는 매우 의미가 깊었다. 1·2회 WBC에서 나란히 선전하며 아시아 야구가 상당 수준에 올라 있음을 과시했다. 일본은 1·2회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고, 한국은 1회 대회 4강, 2회 대회 준우승의 성과를 거뒀다. 마지막 피날레는 일본이 장식했지만 1·2회 대회에서 일본을 가장 괴롭힌 팀은 다름 아닌 한국이었다.

3회 대회에서 각자 목표 달성에 실패한 두 나라는 4회 대회를 앞두고 선수 선발부터 잡음이 많았다. 메이저리그(MLB)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소속팀 반대와 선수 자신의 고사로 엔트리에서 대거 탈락했다. 일본은 MLB에서도 뚜렷한 실적을 쌓은 네 명의 선발투수(다르빗슈 유, 다나카 마사히로, 마에다 겐타, 이와쿠마 히사시)가 모두 빠졌다. 한국은 추신수 김현수 강정호 박병호라는 간판 타자들이 이런 저런 사정으로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국내파 선수들도 부상이 많았다. 한국은 김광현 강민호가 일찌감치 대표팀에서 탈락한 가운데 대회 직전까지도 부상 교체가 끊이지 않았다. 일본은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오타니 쇼헤이가 발목 부상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대회를 포기했다. 두 나라 모두 ‘역대 최약체’라는 딱지가 붙었다. 그러나 일본은 선전했고, 한국은 조기에 대회를 접었다. 뼈아픈 이야기지만 결국 두 나라의 야구 수준 차이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일본은 예상보다 타선이 활발하게 터지며 6연승의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 고쿠보 히로키 감독이 2라운드 종료 후 “타선에서 이렇게 홈런이 많이 나올 줄은 몰랐다”고 했을 정도다. 반대로 한국은 주축 타자들의 고전 끝에 이스라엘·네덜란드에 연달아 고배를 마셨다. 한국 타자들은 컨디션이 다 올라오지 않은 듯 빠른 공 대처가 부족했지만 일본 타자들은 큰 영향을 느낄 수 없었다. 애당초 일본의 전력이 좋다고 평가된 마운드는 ‘역시나’였다. 대표팀 소집훈련 기간은 오히려 한국이 더 길었지만 효율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두 나라 모두 WBC에 대한 의미부여가 상대적으로 크다. 나란히 홈에서 대회를 개최했다는 점에서 압박감은 매한가지였다. 일본이 더 크면 컸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고비를 넘어가는 힘을 보여줬고 심리적 부담을 털고 6연승의 쾌거를 거뒀다. 한국이 졌던 네덜란드와 이스라엘을 상대로도 승부처마다 그들의 방식대로 힘을 냈다. 한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일본 마운드 또한 주축 선수들이 빠지고도 버틸 수 있는 풍부한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두 나라 모두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조준하고 있다. 그러나 준비 과정은 사뭇 다르다. 일본은 지난 2015년 프리미어12 당시부터 고쿠보 히로키 감독을 선임하고 2020년 올림픽에 대비하고 있다. 2020년에 맞추다 보니 자연스레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프리미어12, 그리고 몇 차례 국가대항 평가전에서 지기도, 이기기도 하며 보완점을 찾아나가고 있다. 올림픽을 앞두고 벌써부터 원로들로 구성된 전문위원회를 꾸려 감독 선임 작업에 들어갔을 정도다.
반면 한국은 눈앞의 성과에 급급해 이도 저도 아닌 중간고사를 치렀다. 성적 앞에 세대교체는 뒷전이 됐고, 성적마저 놓치며 두 배의 타격을 안았다. 당장 이번 WBC에 핵심으로 활약했던 선수들은 2020년 현역에서 없거나 전성기를 한참 지났을 공산이 크다. 뒤늦게 올림픽 플랜을 짜고 있으나 일본에 비하면 여건도 좋지 않을뿐더러 준비도 늦었다. 당장 2020년 올림픽을 바라보고 현장을 진두지휘할 주체나 감독조차 불투명하다.
이에 양국의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WBC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의 성공 이후, 야구 관계자들과 현장은 “전체적인 리그의 수준은 분명 일본이 위지만, 단기 토너먼트인 국가대항전에서는 일본과의 격차를 많이 좁혔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이는 성적에 도취돼 10년간 ‘토양 다지기’라는 궁극적인 과제를 수행하지 못한 우리의 착각임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앞서 나가는 일본이 뛰는 사이, 한국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다. WBC가 말한 현실은 냉정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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