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첫방 ‘자체발광’ 이동휘X고아성, 웃기는 ‘미생’의 탄생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03.16 06: 50

'자체발광 오피스'가 첫 방송에서 ‘N포세대’ 청춘들의 웃픈 자화상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공감을 자아냈다.
지난 15일 오후 첫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에서는 자살시도를 했다가 한 병원에서 만난 비참한 청춘 은호원(고아성 분), 도기택(이동휘 분), 장강호(이호원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은호원은 100번째 면접인 한 기업에서 악마 면접관인 서우진(하석진 분)을 만나 "100번 떨어지면 병신 아니냐" 등의 독설을 들었고, 무엇이든 잘 참을 수 있다는 말에 “그럼 이 면접이 끝날 때까지 구석에 있으라”는 치욕적인 주문을 듣고도 취업을 위해 모든 걸 참아냈다.

하지만 그는 친구들이 그 기업이 떨어졌단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고, 서우진 팀장을 만나러 갔으나 그마저도 퇴사했다는 말을 듣고 술을 마시고 한강으로 갔다. 아르바이트하던 편의점 사장님과 전화로 싸우던 은호원은 발을 헛디뎌 한강으로 빠졌고, 다행히 구조돼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거기에서 “자살 기도를 했는데 시한부”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실의에 빠졌다.
그 순간, 이 말을 자신의 상황으로 알아들은 이는 은호원 말고 또 있었다. 바로, 공무원 준비를 하다가 여자친구에게 차인 도기택(이동휘 분), 부잣집 집안에서 마련해준 면접에서 번번이 물 먹어 어머니에 큰 수모를 당한 장강호(이호원 분)가 그 주인공.
이들은 스스로를 ‘요단강 앞에서 만났다’며 서로의 처지를 위로했다. 이들은 다시 한강으로 갔지만 구조대원의 설득을 받고, 심지어 ‘N포세대의 현실’이라며 TV에 나오는 치욕을 겪어야 했다. 있는 돈을 탈탈 털어 해물탕집에 간 이들은 밥을 크게 퍼서 나눠주는 식당 아줌마의 호의에 그만 오열하며 음식을 먹어야 했다.
은호원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서류 전형에 붙은 기업에 면접을 보러갔다. 그 곳에서 ‘요단강 동기’들은 다시 만나게 됐다. 은호원이 다시 만난 사람은 도기택과 장강호뿐 아니었다. 바로 악마 면접관 서우진도 함께였다.
이날 ‘자체발광 오피스’는 20대의 힘겨운 취업 싸움을 적나라하게, 하지만 코믹함을 섞어 드러냈다. 은호원에게 한 서우진의 “왜 학점만 열심히 했나. 스펙 못 쌓았다고 하는데 그럼 아르바이트가 그렇게 중요했냐. 아르바이트로 리더십 키웠다고 하는데 신입이 리더십 키워서 뭐 할 거냐”고 촌철살인의 말은 학비 충당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쫓아 다니다가 스펙을 놓치고, 취업할 때 결국 이게 걸림돌이 되고 마는 대학생들의 현실을 한 마디로 보여줬다.
또한 은호원의 “누군 부잣집에서 안 태어나고 싶었냐. 누군 취직 안 하고 싶어서 안 하냐”는 말도 취직이 어려워 번번이 취업에 물 먹고 마는 취준생들의 답답한 마음을 대변해주는 말이었다. 반면, “면접장에서 누구나 다 똑같은 말을 하는데 우리도 지겹다. 본 드라마 또 보면 안 지겹냐”며 일갈하는 서우진의 말도 ‘현실 충고’였다.
대사들은 날카로웠지만 은호원과 도기택, 장강호가 놓인 상황은 왜인지 웃음을 짓게 했다. 은호원과 도기택이 돈이 없어 병원을 몰래 빠져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이나, 이들이 TV에 나오는 장면 등은 슬픔을 웃음으로 달래는 ‘웃픔’의 결정체였다.
현실적이었고, 비록 쓴웃음이었지만 비통하거나 절망적이진 않았다. 취준생의 고군분투와 계약직 직원들의 이야기가 담긴다는 점에서 tvN ‘미생’과 비슷했지만, ‘미생’은 진지한 드라마였다면, ‘자체발광 오피스’는 코믹이었다. 그야말로 코믹판 ‘미생’의 탄생이라 할 만 했다.
첫 방송에서는 기대감을 끌어올리기 충분했다. 충분히 현실적이었고, ‘시한부’라는 낡은 요소를 취준생의 고군분투에 재치 있게 녹여냈으며, 배우들의 명연기도 돋보였다. 과연 ‘자체발광 오피스’는 이 기세를 이어 오피스물의 인기를 이어갈 명작으로 남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 yjh0304@osen.co.kr
[사진] ‘자체발광 오피스’ 방송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