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1989년생 듀오의 활약에 미소 짓고 있다. 이대로라면 개막 엔트리를 짜야할 양상문 감독이 행복한 고민을 할 전망이다.
LG는 14~15일 한화와 치른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시범경기서 1승1무를 거뒀다. 비록 마운드가 두 경기에서 14점을 내줬지만 장단 35안타로 ‘화력쇼’를 선보인 타선의 집중력이 매섭다.
그중에서도 이형종(28)과 서상우(28)의 활약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형종은 두 경기 모두 대타로 나와 5타수 3안타 1홈런 4타점 2득점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서상우 역시 두 경기에서 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단 두 경기. 적은 표본임에도 LG 코칭스태프는 이들의 활약에 반색을 표했다. 이형종과 서상우는 가뜩이나 과포화 상태인 LG 야수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진원지로 꼽히고 있다. 만약 이형종이 외야에, 서상우가 1루에 자리매김한다면 LG는 성적과 세대 교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된다.
▲ 코칭스태프를 감탄하게 만든 ‘달라진 이형종’
“타자 전향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저런 애가 묻힐 뻔했다.” 이형종의 타격 훈련 모습을 지켜보던 송구홍 LG 신임 단장의 코멘트다. 이형종의 자질에 놀란 이는 송 단장만이 아니다. 좀처럼 한 명을 콕 찍어 칭찬하지 않는 양상문 감독도 “이형종은 분명히 센스가 있다”라고 그를 치켜세웠다.
이형종은 타자 전향 2년차였던 지난해 61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8푼2리, 1홈런, 14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본인은 만족하지 않았다. ‘이형종만의 야구’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는 “‘이형종만의 야구’를 하지 못했다. 주위에서 바라는 점에 너무 매몰됐던 것 같다”라며 “매 순간 절실히 덤벼드는 이형종의 야구를 보여주겠다”라고 다짐했다.
이형종은 중장거리 타자로의 변신을 꾀했다. 그의 비시즌 목표는 강한 타구 생산에 맞춰져 있었다. 이형종은 “30홈런을 기록하는 장타자로의 변신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더 빠른 타구, 더 강한 타구를 만들면 홈구장인 잠실구장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팀에 필요한 역할을 정확히 알고 있는 셈.
변신은 시범경기에서도 위력을 드러내고 있다. 이형종이 두 경기에서 기록한 3안타 모두 장타(1홈런, 2루타 2)다. 그는 14일 한화와 경기를 마치고 “장타를 의식하지 않는다. 훈련한 대로만 할 뿐이다”라고 밝혔다. 겨우내 되뇌였던 강한 타구, 빠른 타구가 몸에 배었다는 의미다. 이 ‘장타 본능’을 유지한다면 이형종의 주전 경쟁에 청신호가 켜질 듯하다.
▲ ‘용두사미는 없다’ 서상우의 여전한 초반 맹타
서상우는 지난해 시범경기부터 맹타를 휘둘렀다. 12경기에 출장해 타율 4할7푼1리(17타수 8안타), 1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삼진 4개를 빼앗기는 동안 볼넷 4개를 골라내며 약점이던 선구안 개선을 기대케 만들었다. 활약은 4월까지 이어졌다. 대타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차츰 출장 빈도를 늘리며 4월말, 마침내 규정타석에 진입했다. 서상우는 그 시점에 타율 3할9푼1리(리그 3위), 출루율 5할7푼1리(리그 1위)로 달라진 모습을 뽐냈다.
그러나 5월부터 다시 변화구에 약점을 노출하며 기록과 출장 빈도 모두 급락했다. 결국 서상우는 6월에 퓨처스팀으로 내려갔고 9월 중순에야 다시 1군에 올라왔다. 초반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며 ‘용두사미’로 시즌을 마친 것.
서상우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올 시즌을 준비했다. 서상우는 “반쪽짜리 선수 이미지를 없애겠다”라며 전업 1루수 도전을 선언했다. 그는 지난해 전체 137타석 중 96타석을 지명타자로, 30타석을 대타로 들어섰다. 1루수로 나선 건 고작 11타석에 불과했다. 박용택이 버틴 지명타자로는 출장 기회가 제한적이다. 자연히 타격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수비 안정으로 인한 주전 꿰차기가 필수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는 타격만큼 수비가 따라오지 않는 모양새다. 두 경기 모두 경기 중반 투입돼 1루수로 8이닝만을 뛰었다. 그럼에도 14일 경기서 8회말 박준혁의 땅볼 타구를 놓치는 실책을 기록한 것은 아쉬운 점. 결국 서상우의 반등은 방망이가 아닌 글러브가 쥐고 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