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최근 몇 년간 신체조건에 주목한 드래프트를 했다. 특히 투수들의 경우가 그랬다. 그래서 그런지 팀의 팜에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제법 된다.
몇몇 선수들이 1·2군을 오가며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비밀병기가 2군에서 알을 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우완 최진호(25)가 그 주인공이다. 중앙고를 졸업하고 2011년 SK의 9라운드(전체 71순위) 지명을 받은 최진호는 사실상 무명에 가까운 선수다. 아직 1군은 고사하고, 퓨처스리그(2군)에서도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부상 탓에 2군 1경기 등판에 그쳤다.
그러나 잠재력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칭스태프는 물론, 최진호의 동기들이나 2군 생활을 함께 했던 선수들이 오히려 생생한 증언자들이다. 역시 빠른 공을 던지는 동기생 서진용은 “위력적인 빠른 공을 던지는 친구”라고 평가한다. 잠수함 박종훈은 “원래 공은 빠르다. 아프지만 않으면 앞으로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거든다.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는 평가지만, 결국 가장 기본이 되는 ‘빠른 공’은 1군에 있는 선수들로부터도 인정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그런 최진호는 지난 11일 끝난 SK의 대만 퓨처스팀(2군) 캠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드러냈다. 퓨처스팀 연습경기 2경기에서 6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제구에서 다소간 문제를 드러내기는 했지만 이제 막 다듬는 과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다.
사실 굴곡이 많은 선수였다. 좋은 체격조건(186㎝·90㎏)에서 나오는 힘 있고 빠른 공은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부족한 게 많았다. 제구는 물론, 최진호를 지도한 팀의 전·현직 투수코치들은 “밸런스부터가 문제였다”고 떠올린다. 상무나 경찰야구단에 갈 만한 실적이 안 돼 군대도 현역으로 다녀왔다. 동부전선 전방의 모 사단에서 포병으로 복무했다.
야구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지만 제대 후 첫 해였던 지난해에는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최진호는 “어깨가 조금 좋지 않았다. 투구 밸런스와 투구 매커니즘 쪽에서 안 좋은 버릇이 있었다. 이를 계속 고치려고 했는데 무리를 하다 보니 아파서 반년을 쉬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단은 최진호를 방출하지 않고 다시 기회를 줬다. 1년의 시간을 번 최진호도 길게 보고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김경태 퓨처스팀 투수코치는 최진호에게 “급하지 말자”라는 이야기를 밥 먹듯이 한다. 당장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좋은 밸런스를 만드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밸런스만 완벽하게 갖춰지면 더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최진호도 김 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여 밸런스 교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을 강하게 던진다거나, 혹은 제구에 집착하는 단계 이전에 폼부터 제대로 만들겠다고 다짐한 것이 이번 대만 캠프였다.
최진호는 “작년에는 쫓기다보니 급하게 만들려고 했다. 몸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를 하니 부상이 왔다. 김경태 코치님께서 천천히 기간을 두고 컨디션을 올리고, 팔 스윙을 바꿔 안 좋은 버릇을 고친 뒤 매커니즘과 밸런스에 중점을 두자고 하셨다. 컨트롤보다는 폼부터 완벽하게 만들자는 다짐을 했다”고 설명하면서 “팔 스윙의 나쁜 버릇을 완벽하게 고쳐야 한다. 폼을 어느 정도 안정화시키고 싶다”고 올 시즌 초반의 중점 사안을 밝혔다.
김 코치는 “지금도 그 밸런스로 최고 147㎞를 던지는 투수다. 폼이 안정화되면 공은 더 좋아질 것이다. 빠른 공 하나는 기대가 된다. 4월이 아닌, 9월을 보고 만들어가야 할 투수”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최진호도 “작년에도 ‘천천히 하자’라고 했는데 나 혼자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급했다. 천천히 조금씩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당장 성과가 나오지는 않겠지만, 비밀 병기의 완성이라면 좀 더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 줄 용의가 있는 SK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