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첫 승부치기가 나왔다. 하지만 공식 기록에 대한 의문점이 남는다.
일본은 12일 일본 도쿄돔서 열린 본선 2라운드 E조 1차전서 연장 11회 승부치기 접전 끝에 네덜란드를 8-6으로 눌렀다. 1라운드 3승에 이어 4연승. 그런데 승부치기에서 결승 2타점을 올린 나카타 쇼가 공식기록으로 인정받았다.
승부치기란 야구만의 연장전 진행법으로 무사 1, 2루 상황에서 공격에 나선다. 타순은 감독이 원하는 타자부터 시작한다. 선두타자를 정하면 직전 타순 2명을 주자로 내보내야 한다. 이번 WBC는 연장 10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할 경우 11회부터 승부치기를 진행한다.
일본은 11회 승부치기서 첫 타자 스즈키 세이야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이어진 1사 2·3루, 타석에는 나카타 쇼가 들어섰다. 쇼는 2타점 2루타로 승부를 끝냈다. 쇼는 이날 6타수 3안타(1홈런)을 기록했다. 승부치기서 얻은 2타점을 더하면 5타점.
WBC 대회 요강은 승부치기에 임하는 1·2루 주자를 ‘야수실책’ 출루로 구분한다. 이는 승부치기가 투수의 자책점에 영향을 끼치면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물론 팀이나 선수 개인에게 실제로 실책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단, 승부치기에 나선 투수가 점수를 내준다면 비자책점이지만 패전투수가 된다. 실제 실책 상황과 똑같이 판단하는 셈이다.
KBO리그에서도 승부치기가 선보인 적이 있다. KBO는 2009시즌을 앞두고 시범경기와 올스타전에 한해 승부치기를 도입했다. 그리고 두산과 KIA가 3월 26일 광주 무등야구장서 역사적인 KBO리그 첫 승부치기를 진행했다.
2-2로 맞선 상황, 원정팀 두산의 선공. 두산은 무사 1·2루서 3번 정수빈의 진루타와 4번 왓슨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냈다. 반면, KIA는 4번 최경환의 우전안타로 만든 무사 만루 찬스에서 투수 앞 병살타가 나오며 2사 2·3루에 몰렸다. 이종범이 타석에 들어섰지만 두산이 고의사구로 걸렀고 결국 두산이 승리했다.
여기서 의문점 하나. 승부치기에서 타자가 올린 타점은 공식 기록으로 인정돼야 할까? 승부치기에 배치된 주자라도 홈을 밟는다면 공식 득점으로 인정받는다. 일종의 ‘무상 진루’임에도 말이다.
타점 역시 마찬가지. 무사 1·2루 상황에 어떤 타순부터 시작할지는 오롯이 코칭스태프의 소관이다. 감독들은 대개 믿을 만한 타자에게 해결의 기회를 준다. 즉, 팀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라면 어렵지 않게 타점 기회를 가져간다.
이 때문에 ‘승부치기는 야구와 동떨어진 방식이다’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하지만 승부치기의 타점 하나는 정규이닝의 타점과는 여러 모로 의미가 다르다. ‘승부치기에만’ 잘해도 1~2타점 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또 가령, 투수가 9회까지 노히트노런이나 퍼펙트게임을 진행 중이었다고 가정했을 때 승부치기에 돌입하는 순간 모든 기록이 깨진다. 여러 모로 야구의 의미를 해치는 방식이다.
KBO 규칙위원회는 2009년 당시 ‘승부치기 이닝의 모든 개인 기록들을 정규이닝 기록들과 별개로 취급한다’고 합의했다. 비공식시합임에도 ‘기록의 가치’를 중시한 선택이었다.
반면 12일 경기 승부치기 상황에서 2타점을 올린 나카타의 기록은 고스란히 공식 기록으로 인정됐다. 대회가 끝난 후 ‘타점왕’을 매길 때 나카타는 ‘승부치기에 들어섰다는 이유’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만약 이번 WBC 타점왕이 승부치기로 갈린다면 씁쓸한 뒷맛은 오래 남을 듯하다. /ing@osen.co.kr
[사진 위] 나카타.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래] 이종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