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는 비워놓았다".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의 김기태 KIA 감독의 방에는 선수현황판이 있다. 1군과 2군으로 나뉘어있고 1군에는 포지션별로 선수들의 자석 이름표가 붙어있다. 전지훈련을 마치고 첫 훈련을 펼친 지난 12일. 김감독의 선수 현황판에는 유난히 눈에 띄는 포지션이 있었다.
바로 1루수쪽이었다. 선수들의 이름표가 아예 붙어있지 않았다. 김감독은 "아직 1루는 비워 놓았다"고 말했다. 누구를 주전으로 쓸 것인지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 마무리 훈련부터 시작된 1루 경쟁이 시범경기까지 뜨겁게 이어질 것을 강조한 것이다.
1루 주전후보는 서동욱과 김주형이다.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는 서동욱이 한발 앞섰다. 22타수 7안타(.333)를 기록했다. 반면 김주형은 29타수 5안타(.172)에 그쳤다. 물론 모두 1루수로 나선 것은 아니었다. 다른 포지션을 하면서 1루수를 봤다. 캠프에서는 서동욱이 판정승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김감독이 1루를 비워놓은 것은 시범경기에서 본격적인 경쟁이 있을 것이라는 예고였다. 올해 시범경기는 12경기 뿐이다. 단 2주일만 펼쳐진다. 투수들의 컨디션과 함께 최고의 관전포인트는 1루수 경쟁이다. 리드하고 있는 서동욱, 김주형의 추격전이 흥미롭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는 나란히 작년 생애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서동욱은 무상 트레이드를 통해 친정팀으로 이적해 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루수와 외야수, 1루수까지 멀티 포지션을 수행하며 최고 기록을 세웠다. 작년의 풀타임 활약 탓인지 타격에 자신감이 크게 붙었다.
김주형도 19홈런을 쳤고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단 한번도 1군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았다. 작년 가을 캠프에서는 장거리형 타자로 거듭나기 위한 혹독한 훈련을 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 실전에서는 생각보다 실적이 나지 않았다. 어찌 보면 자신감이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 6개월 동안 흘린 땀은 언제든 발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범경기는 중요하다. 과연 1루의 주인공이 누가 될 것인지 계속 궁금해진다. /sunny@osen.co.k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