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야구장은 그렇게 ‘안전한’ 곳은 아니다. 관중석에 날아드는 파울타구에 다치는 팬들만 시즌에 몇백 명이라는 통계도 있다.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는 더 위험하다. 나쁘게 이야기하면 공도 흉기, 배트도 흉기, 투구나 타구는 잠재적 큰 부상의 위협이다. 충돌도 잦아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다.
이런 긴급상황에 대비해 각 구단은 경기마다 구급차와 전문 인력을 배치한다. 그러나 긴박한 상황에서 이들이 그라운드의 부상자들에게 도달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있다. 결국 가장 믿을 만한 이,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들은 경기장에서 함께 뛰는 동료들이다. 가장 빨리 부상자에게 다가설 수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골든타임을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선수들은 기본적인 응급처치를 모으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당황해 제대로 된 의사소통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기본적인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손을 드는 선수는 많지 않다. 빠른 일 처리가 되지 않아 비극으로 이어진 故 임수혁 사태도 이러한 환경에서 비롯됐다. 반대로 K-리그에서는 경기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진 신영록이 동료들의 재빠른 대처에 골든타임을 살린 끝에 귀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런 차원에서 SK가 이번 전지훈련 막판 실시한 응급상황 교육은 의미가 있었다. 트레이닝 및 컨디셔닝 파트에서 전 선수단 및 코칭스태프를 대상으로 핵심을 알고 쉽게 풀이함은 물론 선수단 사이에서 공유하는 수신호도 정했다. 보통 이런 이론적인 교육은 선수들이 지루해하기 마련인데, 자신도 언제든지 부상자가 될 수 있는 까닭인지 선수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트레이닝 및 컨디셔닝 파트는 “응급상황에서는 당황하지 않고 정해진 시스템으로 재빨리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면서 “그라운드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응급상황이 동료는 물론 나에게도 찾아올 수 있으니 당황하지 않고 혼란을 줄이기 위한 교육을 했다. 경기장이 크고 관중들의 소리가 커 사실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수신호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교육을 받은 이명기는 “사실 경기를 하다보면 응급상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오늘 강의가 정말 와 닿았다. 오늘 배운 것을 토대로 앞으로 응급상황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 유익한 강의로 선수들을 위해 신경써주신 코치님들께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꼭 선수만이 아닌, 사회인으로서도 필요한 덕목인 만큼 강의의 가치는 더 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