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2017년은 불안보다는 희망적인 요소가 많다. 지난겨울 프리에이전트(FA) 야수 최대어인 최형우에 4년 총액 100억 원을 쏟아 부으며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되고 있는 리빌딩에 속도감을 더했다.
기존 어린 선수들의 성장, 군 제대 선수들의 본격 가세, 좀 더 팀 사정에 부응하는 외국인 선수 선발, 쌓인 경험까지 고려하면 지난해(5위)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한 가지 더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분위기다. KIA 선수들은 “올해 캠프 분위기는 역대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군 복무로 2015년과 2016년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한 안치홍은 “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이번 캠프는 너무 분위기가 좋아 다들 재밌게 임하는 것 같다. 야구장에 나와서 운동을 하는 게 재밌을 정도다. 올해는 확실히 재밌는 시즌이 될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선임급 선수들이 앞장 서 분위기를 만들고, 후배들이 이를 묵묵히 따르면서 KIA의 건전한 분위기가 정착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선임들도 마냥 지시만 하는 것이 아닌, 후배들에게 솔선수범하며 따라오지 않으면 안 될 분위기를 만들었다. 훈련이 끝나면 공을 주었고, 경기 종료 후에도 열외를 생각하지 않고 함께 훈련을 했다.
이번 캠프 최우수선수(MVP)였던 한승혁 또한 “김주찬 선배님을 포함한 선배님들이 훈련 분위기를 너무 편안하게 해주셨다. 선배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운동장에서 자기 할 것만 하면 됐다. 눈치를 보지 않으니 효율적인 운동이 됐던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나지완은 “10년차인데 이번 캠프 분위기가 가장 좋았다.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이었다. 서로 웃으면서 격려하는 분위기였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런 분위기의 중심에는 어느덧 KIA에 정착된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이 있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다. 김 감독은 카리스마가 넘치는 지도자다. 정해놓은 원칙에 벗어나는 선수는 그 누구든 칼날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선수들을 존중할 때는 확실하게 존중한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성적보다 투지를 강조하기도 한다. 그렇게 2년이 지난 지금, 김기태 리더십은 KIA 선수단 곳곳에 스며들었다. 이제는 김 감독이 굳이 앞장 서 나서지 않아도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인다.
그런 김 감독은 올해가 계약기간 마지막 해다. 구단 내부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역시 재계약은 마지막 해 성적과 연동될 수밖에 없다. 올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여론이 어떻게 바뀔지도 알 수 없다. 김 감독이 만약 물러난다면 코칭스태프의 대폭적인 변화도 불가피하다. 선수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올해 캠프에서는 유독 “감독님과 코칭스태프를 위해”라는 멘트를 다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나지완은 “감독님, 코치님도 계약 마지막 해 아닌가. 내년에도 이렇게 좋은 선수들, 그리고 이렇게 좋은 감독님 및 코칭스태프와 함께 하자는 목표 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이 좋은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더 이어가려면 선수들 자신이 잘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감독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 세간이 생각하는 것처럼 절대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 감독이 확실한 구심점이 될 때의 시너지 효과는 숫자로 계산하기 어렵다. KIA가 올해 이를 증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