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시범경기는 생존 경쟁의 장이다. 박병호와 황재균처럼 한국인 선수들 못지않게 애정 어린 시선이 향하는 선수들이 있다. KBO리그 출신 외인 선수들이 바로 그들이다.
각자 다른 이유로 KBO리그를 떠나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있는 그들 중에서 과연 얼마나 빅리그 로스터에 살아남을까. 대부분 선수들이 험난한 길을 걷고 있지만 순조롭게 메이저리그 진입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 여유 있는 테임즈, 불안한 브렛 필
KBO 출신 외인 선수로는 처음 다년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NC 출신 에릭 테임즈(밀워키)는 시범경기에서 고전 중이다. 9경기 21타수 4안타 타율 1할9푼 무홈런 1타점 2득점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볼넷 5개를 얻어 출루율은 3할4푼6리이지만 장타는 2루타 1개로 시원한 타격이 나오지 않고 있다.
테임즈는 1루수로 8경기 선발출장하며 꾸준히 기회를 받고 있다. 4년짜리 메이저리그 계약이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에 비해 시범경기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 시즌 준비 과정으로 아직까지 여유 있는 테임즈와 달리 나머지 KBO리그 출신 외인 선수들은 모두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초청선수 신분으로 시범경기를 뛰고 있다. 테임즈처럼 부진한 성적을 내면 경쟁에서 밀려나는 건 한순간이다.
KIA 출신 브렛 필(디트로이트)이 위험한 처지에 몰려 있다. 필은 시범경기 12경기에서 20타수 4안타 타율 2할 1홈런 2타점 2득점에 그치고 있다. 볼넷이 1개도 없어 출루율도 타율과 같은 2할. 홈런-2루타를 1개씩 터뜨렸지만, 지금 경쟁력으로 개막 로스터를 뚫는 건 어렵다. 필과 같은 디트로이트에서 뛰고 있는 롯데 출신 짐 아두치 사정은 더 딱하다. 지난 11일 토론토전에서 7회 자신의 주 포지션인 외야가 아니라 필 대신 1루 대수비로 교체출장한 게 전부로 시범경기 동안 타석에도 서보지 못했다.
지난해 SK에서 대체선수로 들어온 좌완 브라울리오 라라(워싱턴)도 3경기에서 2⅔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4실점 평균자책점 13.50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SK-kt에 몸 담았던 우완 트래비스 밴와트(클리블랜드) 역시 3경기에서 3이닝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1탈삼진 4실점 평균자책점 12.00으로 고비를 맞았다.
한화 대체선수로 뛴 우완 '파이어볼러' 파비오 카스티요(LA 다저스)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첫 등판에서 2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스타트를 잘 끊었지만 그 이후 2경기에선 각각 2실점·3실점으로 흔들렸다. 시범경기 3경기 4⅔이닝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1사구 5탈삼진 5실점(4자책) 평균자책점 7.71를 기록하고 있다.
▲ 린드블럼-스튜어트, 무실점 행진
상당수 선수들이 고전하고 있지만 빅리그 희망을 키우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지난 2년간 롯데 에이스로 활약한 우완 조쉬 린드블럼(피츠버그)이 대표적이다. 린드블럼은 2경기에 선발등판하는 등 4경기에서 2승을 거두며 평균자책점 제로 행진이다. 6⅓이닝 2피안타 1볼넷 2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선발과 구원 모두 흠잡을 데 없는 투구로 존재감을 어필 중이다.
린드블럼은 지난 9일 미국 현지 '브레이든턴 헤럴드'와 인터뷰에서 "한국생활은 내가 가진 최고의 경험 중 하나였다. 메이저리그에서 던지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지만, 다른 야구와 문화 그리고 팬들을 경험한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며 "언어를 잘 모르는 상황에도 한국 선수들의 투쟁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국에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NC에서 2년을 활약한 우완 재크 스튜어트(볼티모어)도 무실점 행진이다. 3경기 모두 구원으로 나온 스튜어트는 5⅓이닝 1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화의 영입 제의를 받았지만 빅리그 재도전을 위해 꿈을 쫓은 그는 순조롭게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스튜어트는 개막 로스터 진입 실패시 바로 FA가 되는 조건도 갖고 있다.
야수 중에선 SK 유격수로 뛴 헥터 고메즈(필라델피아)가 쾌조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10경기에서 15타수 7안타 타율 4할6푼7리 3타점 3득점을 기록 중이다. 홈런은 없지만 2루타 3개로 장타력도 보여줬다. 그러나 10경기 중 선발출장은 1경기밖에 되지 않을 만큼 백업역할에 고정돼 있다. SK에선 유격수로 뛰었지만 현재는 3루수로 옮겼다. 아직까지 실책 기록은 없다. /waw@osen.co.kr
[사진] (위) 테임즈-브렛필-고메즈-라라-밴와트-카스티요-스튜어트-린드블럼(좌측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MLB 사무국 제공. (중간) 에릭 테임즈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래) 재크 스튜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