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TOP 10] "승계주자 걱정마" 최근 10년, 단일 시즌 IRS 순위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7.03.12 06: 29

불펜투수의 미덕은 무엇일까? 
투수의 가치를 살펴보기 위한 기록은 승-패-세이브-홀드, 평균자책점부터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평균자책점, 특히 불펜투수의 것은 온전히 믿기 힘들다. 불펜투수는 앞선 투수가 주자를 남겨놓고 내려간 상황에서 등판하는 경우가 잦다. 이 승계주자에게 홈을 허용하더라도 불펜투수의 평균자책점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불펜투수들이 개인 평균자책점만큼이나 승계주자 실점률(IRS)에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 
한 구단 관계자는 "팀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구단은 불펜투수 고과를 산정할 때 IRS가 꽤 영향을 미친다"라고 귀띔했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IRS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심창민(삼성)은 "여러 지표 중 IRS를 제일 꼼꼼이 따진다"고 밝혔으며 '국민 노예' 정현욱(은퇴)도 "승계주자 실점을 막으면 개인 기록은 물론 팀 성적도 무조건 올라간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요도에 비해 구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득점 허용한 승계주자를 총 승계주자 수로 나누면 된다. IRS'만으로' 불펜투수의 가치를 매길 수는 없지만, IRS'정도는' 알아두면 그들의 활약상을 조금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지난 10년, KBO리그를 대표한 ‘승계주자 억제기’는 누구일까? 지난 10년, 단일 시즌 6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IRS가 가장 낮았던 선수들을 살펴봤다. 
10. 2015년 윤지웅(LG) - 16.7%(72명 중 12실점) 외 2명
2011시즌 넥센에서 데뷔한 윤지웅은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면 KBO리그 4시즌을 소화했다. 그 중 2015년 활약이 가장 좋았다. 78경기 출장해 62이닝을 책임지며 3승1패12홀드,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했다. 2016시즌 4승을 거뒀지만 승수를 제외한 모든 기록은 2015시즌이 커리어하이였다. IRS 역시 마찬가지다.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일찌감치 접었던 시즌인만큼 LG 팬들은 군 전역 후 복귀한 윤지웅의 성장세를 보는 재미로 야구를 즐겼다. 
이밖에도 2008년 정대현(당시 SK), 2013년 손승락(당시 넥센)이 윤지웅과 나란히 IRS 16.7%를 기록했다. 그러나 물려받은 주자 수 자체가 각각 36명, 30명에 불과했다. 둘을 합쳐도 윤지웅의 승계주자 수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9. 2008년 정우람(당시 SK) – 15.8%(76명 중 12실점)
85경기에 등판하며 류택현이 보유하던 투수 한 시즌 최다 출장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77⅔이닝을 던지며 9승2패5세이브25홀드, 평균자책점 2.09로 홀드왕에 올랐다. 김성근 당시 SK 감독의 ‘벌떼야구’의 끝은 ‘여왕벌’ 정대현이었지만 핵심은 정우람이었다. 당시에도, 지금도 놀라울 정도의 연투 능력을 선보이며 ‘고무팔’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8. 2014년 마정길(넥센) - 15.6%(32명 중 5실점)
평균자책점은 4.78로 이 명단에 든 10명 중 가장 높았다. 시즌 중반 급격히 난조를 겪었던 것과 조상우, 한현희를 제외하면 제 역할을 해준 선수가 없던 것이 평균자책점 상승에 한몫했다. 그럼에도 물려받은 주자만큼은 확실히 처리한 편이었다. 마정길은 시즌 종료 후 생애 처음으로 억대 연봉자 반열에 오르게 됐다. 
7. 2009년 유동훈(당시 KIA) - 15.4%(39명 중 6실점)
2009시즌 KIA에 유동훈이 없었다면 V10도 없었을 것이다. 그 해의 유동훈은 평균자책점만 놓고 봐도 0.53으로 압도적이었다. 57경기에서 67⅓이닝을 던졌지만 자책점이 4점에 불과했다. 당시 손영민-곽정철-유동훈으로 이어진 KIA의 불펜진은 'SKY'라인이라는 별칭과 함께 리그를 지배했다. 손영민과 곽정철의 활약 덕에 유동훈은 주자가 잔뜩 쌓인 상황에서 등판할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다. 
6. 2009년 임경완(당시 롯데) - 15.0%(40명 중 6실점)
2008시즌 마무리와 중간을 오갔던 임경완. 그는 2009시즌 ‘애간장’이라 불리며 불안불안하게 뒷문을 지킨 존 애킨스 앞 셋업맨 역할을 맡았다. 상황을 가리지 않고 43경기에 등판해 62⅓이닝을 소화하며 불을 껐다. 기록적인 IRS가 임경완의 2009시즌 활약을 증명한다. '임작가'라는 별명이 그를 대표하지만, 사실 그는 준수한 불펜투수였다. 올해 42세인 임경완은 놀랍게도 호주야구리그(ABL) 시드니 블루삭스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5. 2009년 이보근(당시 히어로즈) - 14.0%(43명 중 6실점)
그야말로 시도때도 없이 등판했다. 시즌을 앞두고 정명원 당시 투수코치는 "이보근을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그 기대대로 52경기 출장해 7승7패7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했다. 이전까지 큰 활약이 없었던 이보근의 성장은 히어로즈에게 말그대로 '럭키'였다. 평균자책점은 다소 높았지만 IRS 14.0%은 이보근이 불펜의 ‘믿을맨’이었음을 보여준다. 2009년 연봉 2500만원을 받았던 이보근은 이듬해 192% 인상된 7300만원에 계약하며 빼어난 활약을 보상받았다.
4. 2011년 정우람(당시 SK) - 13.8%(58명 중 8실점)
또 정우람이다. 이 명단 중 유일하게 두 번 이름을 올렸다. 2011년 정우람은 정대현을 보필하며 리그 최고 중간투수 자리를 지켰다. 당시 혜성처럼 떠오른 박희수의 존재감도 무서웠지만 ‘고무팔’ 정우람의 아성에 도전하기에는 부족했다. 2011시즌 중반, 불펜으로만 등판한 정우람은 규정이닝을 채우며 평균자책점 1위(0.98)에 오르기도 했다. 그만큼 전천후였다. 경기 내용마저 좋았던 덕에 정우람의 가치가 폭등한 시즌이었다. 시즌 종료 후 팀내 고과 1위에 오른 것은 이러한 기여도가 여실히 반영된 것이다. 
3. 2011년 박희수(SK) - 13.3%(30명 중 4실점)
2011년 SK의 최고 히트상품. 어느 지표로 따져봐도 그 가치를 깎기 힘들다. 39경기에 등판해 67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했다. 이승호(IRS 25%), 그리고 앞서 언급한 정우람과 함께 좌완 계투 트로이카를 형성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악마 투심'을 앞세워 땅볼을 유도했기 때문에 승계주자를 지우기에 제격이었던 셈. 이 시즌 박희수의 땅볼/뜬공 비율은 1.97로 60이닝 이상 투구한 불펜투수 중 압도적 1위였다. 
2. 2016년 김지용(LG) - 11.8%(51명 중 6실점)
2010년 5경기 평균자책점 7.88. 2015시즌 24경기 평균자책점 4.13. 지난 시즌 전까지 '그저그런 선수'였던 그가 LG 불펜의 핵으로 자리매김하리라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김지용은 '그 어려운 걸' 해냈다. 그것도 KBO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IRS를 남기면서. 물려받은 승계주자 수도 박정진(70명·40%), 권혁(67명·32.8%), 송창식(60명·33.3%)에 이어 4번째로 많았다. 이들과 김지용의 IRS를 비교하면 그 위엄이 더 다가올 것이다. 
1. 2015년 임창민(NC) - 7.7%(26명 중 2실점)
생애 첫 ‘클로저’ 변신 시즌에 KBO리그 역사를 썼다. 61경기에서 64이닝을 소화하면서 단 26명만의 주자를 물려받았다는 것은 NC 불펜의 강력함이 드러나는 부분. 최금강, 김진성 등이 임창민 앞에서 안정적으로 이닝을 지웠다. 표본이 적긴 해도 그 중 두 명에게만 홈을 허락했다는 점은 분명히 임창민 개인의 능력이 빼어났음을 뜻한다. 임창민은 통산 IRS 22.7%로 지난 10년간 합산 순위에서도 정우람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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