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렇게 한국에 오래 있을 줄 몰랐다".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6). 이름 앞에 외인 투수란 수식어를 붙이는 게 어색할 정도로 두산에 없어선 안 될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2017년은 니퍼트가 한국에서 보내는 7번째 시즌이다. 2011년 처음 한국 땅을 밟은 뒤로 어느새 7년째 롱런하고 있다. 역대 최장수 외인 선수로는 한화에서 7시즌 활약한 외야수 제이 데이비스가 있다. 데이비스와 어깨를 나란히 한 니퍼트는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 두산이 원하면 떠날 이유 없다
일본 미야자키 캠프 막판 만났던 니퍼트는 "나도 이렇게 한국에 오래 있을 줄 몰랐다. 7년째 하면서 느끼는 건 외인 선수가 성공하기 위해선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서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선수·코치들의 도움으로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며 "단장님을 비롯해 두산에서 좋은 대우를 하며 계속 불러줬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팀이 원하면 내가 떠날 이유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워낙 한국에 오래있다 보니 올해부터 미국식으로 바뀐 2월 캠프도 니퍼트에겐 새로웠다. 그는 "그동안 한국 스케줄에 맞추다 보니 나도 천천히 몸을 만드는 습관이 들여졌다. 미국에서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선수들에게 '빨리 몸을 만들고 싶겠지만, 그만큼 잘 쉬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 대부분 선수들이 2월 캠프가 처음인 만큼 새롭게 적응해야 할 부분 이다"고 말했다.
니퍼트가 7년째 롱런하고 있는 것은 꾸준히 최고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매년 최고의 지위를 잃지 않았다. 올해도 헥터 노에시(KIA), 데이비드 허프(LG) 등 기존 외인 투수들뿐만 아니라 알렉시 오간도,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이상 한화), 제프 맨쉽(NC) 등 새로운 거물급 투수들이 들어와 니퍼트에게 도전장을 던진다.
이에 대해 니퍼트는 "모든 외인 선수들이 한국 또는 일본에 올 때 1~2년만 하고 다시 메이저리그에 복귀하는 생각을 많이들 할 것이다. 어느 곳에서든 확실한 목표의식을 갖고 있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이곳에서 오랫동안 할 수 있을 것이다"며 "주위에서 여러 대결 구도를 만들고 있지만, 그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 두산 왕조? 올해 다시 시작이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두산이 시행착오를 딛고 왕조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지켜본 것도 니퍼트에겐 큰 자산이다. 그는 "처음 두산에 와서 6위를 했을 때부터 우승을 하게 된 순간까지 모두 기억난다. 하지만 올해는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작년 우승을 생각하면 안 된다. 올 시즌에만 집중하고 싶다. 연봉이나 기록 같은 숫자도 지금은 이야기할 부분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영광스런 2연패의 기억이 생생하지만 니퍼트는 앞을 내다보고 있다. 3연패 자신감은 분명하다. "오랜 시간을 지켜본 우리팀의 최대 강점은 선수들의 호흡이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호흡을 맞추며 뛰어왔기 때문에 팀 케미스트리가 좋다. 올해도 아픈 선수만 나오지 않는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게 니퍼트의 자신감이다.
니퍼트의 말대로 두산의 최대 변수는 역시 부상이다. 그 변수에는 니퍼트의 몸 상태가 큰 지분을 차지할 것이다. 니퍼트는 2012년 194이닝을 던진 후 2013년 견갑골 석회화 증세로 118이닝에 그쳤고, 2014년 179⅓이닝을 소화한 다음 2015년에는 어깨와 허벅지 부상 탓에 개인 최소 90이닝으로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지난해 167⅔이닝을 던진 니퍼트로선 올해 몸 상태에 위험 부담이 있다. 선수 본인도 잘 알고 있다. 그는 "몸에 안 좋은 신호가 느껴지면 트레이너와 상의할 것이다. 오랫동안 야구하면서 한 번씩 겪었던 부상들라 이상이 생기면 트레이너들의 도움으로 빨리 극복할 수 잇을 것이다"며 "올해도 아프지 않고, 재미있게 야구하고 싶다. 우리 두산팬들은 항상 최고다. 빨리 시즌이 시작돼 야구장에서 팬들을 만나 뵙고 싶다"고 기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