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미씽나인’, 이토록 세련된 소재를 헌 틀에 담다니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03.10 09: 20

MBC 수목드라마 ‘미씽나인’이 세련된 소재를 가지고 결국 악역의 참회와 모두의 화해라는 뻔한 결말을 그려내 아쉬움을 자아냈다.
지난 9일 종영된 ‘미씽나인’ 마지막 회에서는 최태호(최태준 분)가 죄를 뉘우치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레전드엔터테인먼트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라봉희(백진희 분)가 서준오(정경호 분)의 공범으로 검찰에 잡혀가자 서준오는 자수를 했다. 서준오는 최태호의 ‘뒤를 봐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그의 죄를 단독범행으로 뒤집어쓴 장도팔(김법래 분)을 만나 “태호가 정말 당신을 위해 희생하겠냐”며 두 사람의 사이를 이간질 시켰다.

최태호는 재판에서 서준오가 윤소희(류원 분)의 살인범이라 증언했다. 하지만 서준오의 살인 현장을 묘사해달라는 서준오의 변호사 요청에 횡설수설했다. 그 때 황대표(김상호 분)가 나타나 서준오의 무죄를 주장했다.
최태호는 자신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을 알았고, 거기에 장도팔이 윤태영(양동근 분)과 서준오의 설득에 넘어가 자신의 범행을 증언할 것이라는 걸 알고는 장도팔의 이송 차량을 들이받았다. 하지만 그는 서준오가 “언제까지 이렇게 사람을 죽이고 도망 다니며 살 거냐”며 눈물로 호소하는 말에 결국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냐”고 눈물을 흘렸다.
최태호는 결국 참회하고 범의 심판을 받았고, 레전드엔터테인먼트 식구들은 다시 찾은 행복을 만끽했다.
너무나 뻔한 결말, 더 나아가 ‘뻔뻔한’ 결말이었다. 그동안 사람들을 계속 죽여 나가며 악의 끝을 보였던 최태호는 서준오의 눈물에 너무나 쉽게 참회를 했다. 지금까지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던 최태호가 이토록 쉽게 양심을 찾을 수가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미씽나인’ 초반의 기대감과는 거리가 먼 촌스러운 결말이기도 했다. 비행기 추락 사고라는 한국 드라마에서는 아직 다루지 않은 소재를 과감하게 선택, 조난자들의 심리 상태로 다양한 인간군상을 표현하던 초반의 ‘미씽나인’을 떠올리면 아쉽기 그지없다.
주인공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컬러 효과, 과거와 대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세련된 연출 방식, 때에 맞는 코미디와 목을 죄여오는 미스터리가 있었던 무인도 생활기 등은 ‘미씽나인’이 수작으로 남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던 장치들이었다. 하지만 이 장치들은 중반부터 급격하게 허물어진 ‘미씽나인’의 스토리 라인 때문에 제대로 살지 못했다.
‘미씽나인’의 조난자들이 서울로 온 이후부터 드라마는 갑자기 갈 길을 잃었다. 코미디와 스릴러 요소가 잘 정리돼 배치됐던 전과 달리, 두 가지가 뒤섞여 생뚱맞은 타이밍에 코미디가 나오는 불상사가 계속됐다. 코미디도, 스릴러도 아닌 어정쩡한 장르로 남게 됐다.
용두사미의 전형이다. 초반의 기세만 이어갔다면 ‘미씽나인’은 비록 시청률은 낮아도 대한민국에 없던 장르를 개척한 기념비적인 작품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다. 그토록 세련된 소재와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을 헌 틀에 우겨넣은 셈이 됐다. / yjh0304@osen.co.kr
[사진] ‘미씽나인’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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