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열린 잔치에서 야구대표팀은 망신을 당했다. 유일한 승자는 오승환(35, 세인트루이스) 한 명이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WBC 대표팀은 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A조 마지막 경기서 연장 10회 승부 끝에 대만에 11-8로 이겼다. 일찌감치 2연패로 탈락한 한국은 겨우 1승을 거두며 3연패는 면했다.
대부분 부진했던 한국선수들 중 그래도 빛난 선수가 있었다면 오승환이다. 그는 위기 때마다 마운드에 올라 메이저리거 정상급 마무리 투수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오승환은 1-1로 팽팽했던 이스라엘전 8회 2사 만루 위기서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버챔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9회서도 오승환은 안타를 내줬지만, 후속타자들을 잡아 무실점 호투를 했다. 오승환은 연장 10회 임창용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임창용이 결승점을 허용하며 한국은 1-2로 졌다.
끝판대장은 대만전 8-8로 맞선 9회말 무사 2루서 다시 등장했다. 오승환은 강한 구위와 노련한 볼배합으로 잇따라 삼진 두 개와 뜬공을 잡아 회를 마무리했다. 오승환은 10회말까지 무실점으로 막아 한국에 첫 승을 선사했다. 오승환은 3⅓이닝을 던지며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최고 150km/h 돌직구를 내세워 잇따라 삼진을 잡아냈다. 오승환이 공을 던질 때마다 팬들은 환호했다.
엄청난 반전이다. 대회 전 해외불법도박으로 물의를 일으킨 오승환이 태극마크를 달자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강정호는 대표팀서 제외됐는데 오승환이 선발된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오승환의 선발로 태극마크의 상징성이 훼손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KBO는 오승환에게 한 시즌 50%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메이저리거 오승환에게 실효성이 없는 처벌이다. KBO는 오승환의 국가대표 자격이 징계와 상관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승환 선발에 따른 비난여론은 김인식 감독이 떠안게 됐다.
WBC를 계기로 오승환은 이미지 세탁에 성공했다. 오승환이 잇따라 호투를 펼치자 그에 대한 차가웠던 시선도 누그러지는 모양새다. 팬들은 ‘그렇게 선발을 반대하더니 결국 오승환이 보여준다’, ‘오승환은 클래스가 다르다’, ‘이렇게 혼자 고생했는데 나중에 한국 오면 징계를 그대로 먹일 것이냐?’며 오승환에게 면죄부를 주는 분위기다.
이번 대회를 통해 오승환은 불법도박으로 잃었던 좋은 이미지와 명예를 다시 얻는데 성공했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주요 관계자이 지켜보는 가운데 몸값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살렸다. 한국의 빠른 탈락으로 오승환이 메이저리그 시즌을 준비하기도 더 수월해졌다. 오승환 개인으로서 얻은 것이 많았던 WBC였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