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과 보완점이 확연해졌다. 섣부른 판단이나, 어설픈 평가보다는 확연히 드러난 결과는 문제를 수정하기 위한 설득과 수정을 위한 합의가 훨씬 수월해진다. 롯데 자이언츠 새 외국인 투수 파커 마켈의 성공을 위한 조건들은 확실하고 명확해졌다.
마켈은 지난 9일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연습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연습경기 첫 선발 등판이었다. 결과는 훌륭하지 않았다. 2이닝 동안 38구 3피안타 2볼넷 4실점을 기록했다. 탈삼진은 없었다.
마켈을 영입할 당시부터 제기된 우려, 그리고 장점이라고 여겨진 부분들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선발 등판이었다. 우선 150km 초중반의 강속구를 던지지만 제구와 릴리스 포인트가 불안정하다는 부분이 드러났다.
마켈은 등판 초반 릴리스포인트가 흔들리면서 영점을 잡지 못했다. 패스트볼 위주로 투구를 구사했지만 포수의 미트 방향과는 정 반대의 곳으로 향했다. 타자와의 카운트 싸움을 불리하게 펼쳤고, 결국 억지로 욱여넣은 공이 통타당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1회 선두타자 박해민에 볼넷을 허용한 뒤 김상수에 우전 안타, 구자욱에 볼넷을 내줘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다린 러프에 복판의 밋밋한 패스트볼을 던지다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이후 이승엽에 적시타까지 내주며 1회에만 4실점했다.
그러나 4점을 내준 뒤 아웃카운트를 잡아나가는 과정에서 마켈은 안정을 찾았고 자신의 장점을 보여줬다. 1회 이원석을 2루 땅볼로 병살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고, 2회에는 투심 패스트볼을 활용해 그는 땅볼 2개와 파울플라이 1개로 삼자범퇴 처리했다. 마켈의 장점인 땅볼 유도 능력이 빛났다. 마켈의 마이너리그 통산 땅볼/뜬공 비율은 1.30으로 땅볼 유도형 투수였다.
이날 마켈은 포심 패스트볼 19개, 투심 패스트볼 10개, 체인지업 6개, 커브 3개를 던졌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비율은 정확인 19대19 절반이었다.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7km, 평균 144km를 찍었고, 주무기로 활용될 투심 패스트볼은 최고 142km, 평균 141km를 마크했다. 2회에는 포심 없이 투심만 10개를 던지며 주무기를 시험하는 과정을 거쳤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마켈을 영입할 당시 “마켈의 릴리스 포인트가 아직 불안정하지만 교정이 가능할 것이다”면서 수정을 자신했다. 불안한 제구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몸에 밴 나쁜 습관과 문제점을 교정하기는 쉽지 않다. 193cm의 큰 신장에 150km 초중반까지 나오는 강속구를 갖고 있지만 팔이 나오는 각도는 스리쿼터에 가까운 마켈에게 불안한 릴리스 포인트는 공의 위력을 반감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공이 꽂히지 않고 삼성전처럼 흩날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공의 무브먼트도 타자들을 위협하지 못할 수 있다.
여기에 마켈은 뒤늦게 실전 등판을 가졌다. 이유는 적응 때문.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포트 비치 출신인 마켈은 생애 처음으로 1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경험하며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 도착했다. 롯데 유니폼을 입으며 생애 처음으로 북미 대륙 밖으로 벗어나 본 것. 오키나와 캠프 초반부터 마켈의 컨디션은 썩 좋지 않았고, 결국 캠프 초반에는 훈련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구원 등판 1번, 선발 등판 1번으로 연습경기 등판을 마쳤다. 결국 첫 해외 무대를 경험하는 마켈이 낯선 한국 땅에서 얼마나 빠르게 환경에 적응하느냐도 마켈이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ldTek.
여전히 불안 요소가 많고, 의문 부호가 떠나지 않는 마켈이다. 100만 달러 외국인 선수가 판을 치는 KBO리그 현실에서 마켈의 계약 총액은 52만 5000달러에 불과하다. 과연 마켈은 자신에게 붙은 모든 불안요소들을 정규시즌 개막 전까지 지워내고 교정에 성공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