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성적을 남긴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끝났다. 아쉬운 성적을 남긴 만큼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당장 오랜 기간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봉사한 김인식 감독의 시대가 저물 것으로 보여 그 후임을 찾기 위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은 제4회 WBC에서 1승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다. 3회 대회에 이어 2회 대회 연속 2라운드 진출 실패다. 안방에서 개최하는 대회라 더 의욕이 컸지만 이스라엘-네덜란드에 연패하며 일찌감치 탈락이 확정돼 김이 빠졌다. 마지막 대만과의 경기에서 이겨 다음 대회 ‘예선 강등’을 피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21세기 들어 승승장구했던 한국야구에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현실을 좀 더 냉정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외형적 성장에 도취돼 장기적인 플랜을 만들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모든 논의가 다시 시작된다면 이번 대회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논의만 됐을 뿐 실현되지 못했던 전임감독제 또한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002년 아시안게임 이후 2006년 제1회 WBC, 2009년 제2회 WBC, 2015년 프리미어12, 그리고 이번 대회까지 대표팀 감독을 맡은 김인식 감독은 분명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이번 대회 성적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만한 가벼운 경력이 아니다. 다만 김 감독은 올해 만 70세의 고령이다. 언제까지나 김 감독에 의존할 수는 없다. 김 감독 또한 대회 기간 중 “더 젊은 감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바 있다.
이참에 한시적인 전임감독제로 대표팀 체질을 바꾸자는 의견도 다시 고개를 든다. 2020년 도쿄올림픽이라는 ‘대사’를 향해 전력투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야구는 축구처럼 자주 A-매치가 있는 것은 아니라 전임감독제 논의는 수면 위로 한껏 부각되지 못했다. 하지만 당분간 그간 대회가 많이 신설돼 매년 줄줄이 중요한 경기들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도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올해 11월에는 새롭게 만들어질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이 있다. 와일드카드를 제외하면 24세 이하, 혹은 프로 입단 3년차 이하의 선수만 참가할 수 있다. 비중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대표팀 세대교체의 기회이기도 하다.
그 연장선상으로 2018년에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이 있고, 2019년에는 우리가 타이틀을 방어해야 할 프리미어12가 열린다. 그리고 2020년 도쿄올림픽, 2021년 제5회 WBC 등 대회가 매년 이어진다. 이 긴 시간을 관리하려면 불가피하게 감독직도 세대교체가 될 수 있다.
이미 일본은 자국에서 열리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내다보고 고쿠보 히로키 감독을 선임했다. 고쿠보 감독은 2015년부터 대표팀을 맡아 대회와 각종 평가전에서 팀을 지휘하고 있다. 장기적인 호흡을 가진 일본은 벌써 전임감독제로 승부를 건 것이다.
물론 매년 대회가 열린다고 해도 그 텀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전임감독제에 대한 유효 논란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행 기술위원회 제도를 유지하는 수준에서 대표팀 감독 및 코칭스태프를 결정한다면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기술위원장인 김인식 감독을 단장으로 추대하고, 새 감독이 기술위원회에 들어가 선수 선발 및 장기적 계획을 주도하는 그림도 거론된다. 이번 4회 WBC에서 기술위원회 비판론이 나온 가운데 뭔가의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