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은(28·경찰야구단)의 등판은 끝내 없었다. 엔트리 활용도 극대화시키기 못했다는 결론도 가능했다. 물론 미래를 훤히 내다볼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결국 시작부터 논란이 됐던 선발은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KBO(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회의 실책으로 남았다.
한국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만과의 예선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 10회 나온 양의지의 결승 희생플라이와 김태균의 쐐기 투런포에 힘입어 11-8로 이기고 조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대만과의 경기에서도 진땀 승부를 벌이며 이번 대회 내내 지적된 경기력의 비난을 깨끗하게 씻지 못했다.
이스라엘,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연패하며 8일 탈락이 공식적으로 확정된 한국은 자존심을 걸고 대만전에 나섰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쉽지 않았다. 초반 타선의 폭발로 6-0까지 앞서 나갔으나 이후 대만에 추격을 허용하며 8-8 동점까지 가는 등 알 수 없는 승부가 이어졌다.
이스라엘, 네덜란드전부터 제구난을 비롯해 불안한 조짐을 보인 마운드는 이날 대만의 활발한 타선에 크게 고전했다. 선발 양현종은 6개의 탈삼진을 기록하기는 했으나 다소 불운한 피안타에 승부처에서 적시타를 허용하며 3이닝 3실점했다. 이어 나온 불펜 투수들도 모두 힘겨웠다. 심창민이 투런포 한 방으로 1이닝 2실점했고 5회를 깔끔하게 막은 차우찬은 6회 2점을 내주며 2이닝 2실점했다.
이어 예상치 못한 카드였던 장시환이 8-7로 앞선 7회 등판했으나 2사 후 연속 안타를 얻어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한국은 8회를 원종현이 막았고, 9회 이현승이 허용한 무사 2루의 위기는 '돌부처' 오승환이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간신히 경기를 연장으로 몰고 갈 수 있었다.
이렇게 마운드 총력전이 이어진 상황에서 이대은은 끝까지 등판하지 못했다.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 팀을 거쳐 2015년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에 입단한 이대은은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대표팀 우승에 공헌했다. 우완 선발감이 없는 대표팀에는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2016년에는 2군에 머물렀고, 문신 논란 끝에 올해 초 겨우 경찰야구단에 입단해 군 복무를 해결하려던 차였다.
김인식 감독은 실전 감각 및 몸 상태가 완벽할 수 없는 이대은을 처음부터 선발해 끝까지 밀어붙였다. 여전한 믿음이었으나 여러 이유로 논란이 됐다. 이대은은 기초군사훈련으로 몸을 제대로 만들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대표팀의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는 그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컨디션이 100%가 아니었고, 선동렬 대표팀 투수코치는 “선발로 쓰기는 어렵다”는 진단을 일찌감치 내놓기도 했다.
선발 후보로 뽑은 이대은은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을뿐더러, 불펜으로 뛰어본 경험도 별로 없어 경기 중간에 투입시키기는 부적합했다. 결국 한국은 장원준(이스라엘전), 우규민(네덜란드전), 양현종(대만전) 순으로 선발진을 짰다. 2라운드에 갔다면 모를까, 대표팀의 1라운드 탈락과 맞물려 이대은은 단 한 번도 얼굴을 내밀지 못한 채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물론 최근 국제대회에서 이대은만큼 확실한 실적을 낸 우완 자원이 많지는 않았다. 정상적인 컨디션이라면 이대은의 선발을 뭐라 할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불안요소’가 충분했음에도 이에 눈을 감고 이대은을 선발한 코칭스태프의 판단은 실책이었음이 드러났다. 또한 몸이 덜 올라왔다면 이번 WBC에 도입된 투수 예비 엔트리 제도를 활용해 2라운드부터 합류도 고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는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다.
그 외에도 대타감이 부족했고, 뽑은 몇몇 투수들의 활용도는 미비했다. 지난 대회에도 보여준 엔트리 활용 극대화는 이번 대회에서 빛을 잃었다. 선수 선발 논란 당시부터 지속된 우려가 그대로 드러난 제4회 WBC였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