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10문10답] 김성근 감독, "내가 그만 두지 않은 이유"(2편)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3.10 06: 10

KBO리그 최고 화제의 중심에 있는 한화, 그 한가운데 바로 김성근(75) 감독이 있다.
좋든 싫든 김성근 감독과 한화는 2017시즌을 함께해야 할 공동운명이다. 김 감독과 구단 사이에 불화가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루비콘 강을 건넜지만 그 속에서 야구는 계속 된다. 김 감독은 "오로지 야구만 보겠다. 야구에 더 몰입하겠다"고 말한다. 시즌 구상을 위한 머릿속 계산도 바빠졌다.
일본 오키나와에 이어 미야자키 캠프에서 만난 김성근 감독에게선 비장함이 느껴졌다. 그는 올해 캠프가 마지막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더 절박하게, 세심하게 하나하나 매달린다. 특유의 고강도 훈련은 변함없다. 귀국 전날이자 경유지 후쿠오카로 이동한 지난 9일에도 투수들의 훈련은 계속 됐다. 

김 감독의 오래된 신념과 철학은 2017년에도 이어진다. 캠프 기간 나눈 김 감독과 대화를 정리했다. 1편에 이어 2편이다. 
6) 투수진 고민 못지않게 야수진도 고민이 커보인다. 당장 정근우의 무릎 통증으로 2루 빈자리가 두드러진다. 내야진 구상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정근우 공백은 어마어마하게 크다. 개막전에 들어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당장 정근우가 빠지니 2루 자리가 보통 문제 아니다. 정근우를 대체할 만한 선수가 없다. 일단 최윤석을 2루로 만들어야 한다. 남은 기간 계속 2루로 준비할 것이다. 강경학도 있지만 스냅 스로가 유격수로는 되지만 반대 동작인 2루수로는 안 된다. 정근우가 오기 전까지는 2루가 최대 문제다. 
유격수도 걱정이다. 하주석은 수비가 쉽게 늘지 않는다. 수비는 연습량을 많이 가져가야 하는데 허리가 아파 그렇게 할 수 없다. 마음 같아선 외야로 포지션 전환을 시키고 싶다. 발 빠르지, 외야 송구도 잘한다. 선수를 살리려면 그렇게 하고 싶지만 팀 현실을 보면 그렇게 할 수 없다. 당장 하주석이 빠지면 유격수가 없다. 외인 타자로 유격수가 왔다면 좋았을 것이다. 
3루수로는 송광민이 있지만 송구 동작을 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 송광민도 팔꿈치가 안 좋은 만큼 대비를 해야 한다. 3루수 자원으론 김회성·신성현이 있다. 신성현은 외야 포지션도 시험해봤지만 쉽지 않다. 신성현이 더 많이 나오려면 최소 타율 2할7푼에 홈런 10개는 쳐줘야 한다. 지금 타율로는 안 된다."
7) 외야수도 중견수 이용규를 제외하면 붙박이 주전이 정해지지 않았다. 최진행과 김경언은 2군 캠프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외야진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최진행과 김경언은 2군이 관리하고 있어 어떤 상태인지 내가 잘 알지 못한다. 1군에서 써야 할 선수들인 건 맞다. 캠프에서 타자들의 타격이 좋지 않아 당장이라도 최진행을 부르고 싶은 마음이었다. 2군에서 경기에 나오고 있다고 하는데 상황을 봐야 할 것이다. 둘 다 타격은 되지만 수비가 안 된다. 좌우 (코너) 외야로 쓰기 쉽지 않다. 지명타자 자리에는 로사리오가 있다. 지명타자로 써야 할 선수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 아쉽다. 
양성우는 지난해 괜찮았지만 상대가 이제 분석에 들어올 것이다. 어떻게 대처할지가 관건이다. 요즘 치는 방법을 조금 바꾸고 있다. 타격에 좋은 것을 갖고 있는 선수다. 이성열도 캠프에서 타격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역시 수비가 약하다. 이성열을 선발로 쓰려면 최소 25홈런에 70~80타점은 해야 한다. 
오른손 외야수로는 김원석이 좋아졌지만 1군 클래스의 볼을 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확실히 좋아지긴 좋아진 만큼 계속 지켜볼 것이다. 팀에 오른손 외야가 부족하지 않은가. 이동훈이나 강상원처럼 어린 선수들도 외야에 들어와야 한다. 대수비나 대주자로 쓰기 위해 1군 한 자리를 생각하고 있다."
8) 내야와 외야 모두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화는 오랜 기간 '수비 못하는 팀'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렸다. 김성근 감독이 온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인가. 
"수비는 연습으로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소질이 중요하다. 기술과 센스가 중요하다. 캠프 연습경기를 보면 이런 부분이 너무 부족했다. 쉬운 타구를 놓치고, 더블로 잡을 것들을 놓쳐서 실점을 준다. 실수를 하는 야수들도 문제이지만, 그것을 버텨내지 못하고 실점을 하는 투수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외야수들은 나이 먹은 선수가 많고, 내야에는 아픈 선수가 많다. 하주석은 허리가 안 좋고, 강경학도 팔꿈치 문제로 송구에 어려움이 있다. 최윤석도 유격수로는 어깨가 약하다. 오선진은 심리적으로 쫓기는 게 보인다. 전체적으로 수비할 때 야수뿐만 아니랴 투수들까지 정면 타구에 공을 기다린다. 앞으로 달려들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수비할 때 겁을 먹는 것 같다. 
올해는 수비에서 시프트를 김정준 수비코치에게 맡겼다. 그래서 다시 벤치로 집어넣은 것이다. 그동안 내가 했지만 이제는 김 코치가 할 것이다. 수비 실력이 안 되면 확률을 높여야 한다. 연습경기에서도 시프트를 몇 번 시도하며 연습을 했다. 상대팀 타자들과 경기 상황에 맞춰 여러 가지를 시도할 것이다."
9) 올해 KBO리그의 화두,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스트라이크존, 타고투저, 프런트야구, 외국인 감독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스트라이크존은 바뀐다고 하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심판들마다 각자의 존이 있어 바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타고투저의 흐름도 올해까지 계속 되지 않을까 싶다. 스트라이크존을 상향 조정하는 것도 타자에게 유리한 요소로 보인다. 아무래도 스코어가 많이 날 것이고, 경기시간도 짧지 않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SK 감독 힐만이다. 힐만 야구가 어떻게 될지가 궁금하다. 내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지만 국내 감독들이 어떻게 힐만 야구에 대처할지를 봐야 한다. 힐만 야구는 단조롭지 않을 것이다. 로이스터는 미국 스타일로 우직한 스타일이었지만, 힐만은 일본야구를 해봤기 때문에 세밀함이 있을 것이다. 
지바 롯데 코치 시절 힐만이 니혼햄 감독이었다. 개인적인 인연은 없지만 조용하고 크게 움직이는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예전 SK 시절 롯데를 만날 때마다 로이스터에게는 지기 싫었다. 그건 우리의 프라이드 아닌가. 힐만의 가세로 전체적인 야구가 새로워지고, 파닥파닥 활기가 생길 것이다."
10) 지난 2년간 한화 감독으로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어느덧 계약 마지막 해이다. 지난 2년을 돌아보며 맞이하는 3년차 시즌 각오와 목표를 말하자면. 
"목표는 구단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웃음). 메시지가 있다면 '즐겁게 야구하자'이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야구 속에서 전력투구해야 한다. (구단과 불화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야구 하나만 보고 그 속에 몰두할 것이다. 이번 캠프 시작 전에 코치와 선수들에게 '너희들의 힘이 필요하다. 하나하나 도와달라'는 말을 했다. 감독 인생에서 그런 말을 한 건 처음이었다. 
처음 한화에 올 때 '성적은 상관없으니 팀을 체질개선하며 바꿔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2년간 (포스트시즌은 올라가지 못했지만) 성적을 떠나 팀을 바꾸는 데 힘썼다. 지난해에는 4월에 투수가 안 좋아 힘들었지만 마지막까지 5강 싸움을 했다. 없는 속에서 몸부림 치는 모습에 감동받는 사람들이 많았고, 팀도 하나가 되는 과정이었다. 지금은 모양새가 조금 이상해졌고, 나 혼자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코치·선수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선수들은 분명 하고자 하는 의지 있다. 
지난 겨울 나 보고 '왜 그만두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자진해서 나가길 원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그만두는 건 아니다. 내가 떠나더라도 다음에 이어질 수 있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 내 개인의 명예회복은 다음 문제다. 구단은 감독의 명예회복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선수들에게도 네임(이글스)의 중요성을 자주 말한다. 다음 사람에게 이어갈 수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 전력으로 하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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