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한국야구에 한 세대의 끝을 의미한다. 김인식 감독과 1982년생 주축 선수들이 역사의 한 페이지로 넘어가는 분기점이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2017 WBC 한국야구대표팀이 안방에서 조기 탈락의 쓴잔을 들이켰다. 마지막 경기였던 9일 대만전에서 11-8로 승리하며 다음 대회 예선 라운드 강등이란 수모를 피했지만, 1승2패로 1라운드 탈락이란 사실은 달라진 게 없었다.
김인식 감독은 이날 경기 후 대표팀 은퇴 의사를 다시 한 번 밝혔다.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년 WBC 4강, 2009년 WBC 준우승, 2015년 프리미어12 초대 우승으로 한국야구 영광의 순간을 지휘한 김 감독이었지만 마지막이 된 WBC에선 실패를 맛봤다.
김 감독은 "여러 국제대회마다 감독 선임으로 문제가 많았다. 프로 10개 구단 팀 훈련 등을 이유로 고사해 내가 계속 감독직을 맡게 된 것이다"며 "우리나라에 실력 있는 감독들이 많은데 대표팀 자체가 부담을 주는 존재가 되고 있어 고사하는 것 같다"며 다음 국제대회는 젊은 감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민감독의 퇴장은 한국야구를 이끈 1982년생 황금세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알린다. 이번 대회에서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이대호(롯데) 김태균(한화)이 투타 중심으로 있었지만 이들도 어느덧 만 35세의 베테랑이다. 4년이 지나면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WBC 대표팀이라 볼 수 있다.
부상을 이유로 WBC를 사퇴한 정근우(한화) 추신수(텍사스)의 공백도 확인한 대회였지만 언제까지 그들에게 의존할 수만 없다. 김인식 감독도 "지난 10년, 류현진이나 김광현 같은 투수가 안 나오고 있다"며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WBC 대표팀 28명의 평균 연령은 30.9세로 역대 최고령이다.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평균 27.8세보다 3살 더 많아졌다. 한국야구의 황금기였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평균 연령이 26.7세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게 고령화된 것이 나타난다. 이제 그 베이징 세대들도 30줄을 다들 넘어섰다.
많은 야구인들이 이번 WBC 고척 참사의 이유로 '세대교체 실패'를 꼽는다. 류현진·김광현·윤석민 같은 압도적인 투수, 김현수·강정호·강민호처럼 대형 야수들이 나오지 않는다. 언제까지 이들에게 의존할 수 없다. WBC 실패의 교훈을 삼아 본격적으로 세대교체를 준비해야 할 한국야구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