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김인식, "이번 대회 후유증은 얼마나 갈까…"(일문일답)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3.09 23: 52

홈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은 씁쓸한 뒷맛만을 남긴 채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한국은 9일 고척 스카이돔서 열린 '2017 WBC' 본선 1라운드 A조 마지막 경기서 대만을 11-8로 꺾었다. 앞선 두 경기 모두 무기력한 패배를 당하며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대표팀은 마지막 경기에서도 답답한 모습을 떨치지 못했다.
그러나 10회 터진 양의지의 희생플라이가 나왔다. 이어 김태균의 투런포로 마지막 순간에는 시원한 한 방을 날렸다. 한국은 이날 경기를 패했다면 2021 WBC 예선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서 간신히 승리하며 최악의 경우는 면했다.

경기 후 김인식 감독은 "2009년 WBC 결승 후유증이 1년 이상 갔다. 이번 대회 후유증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라며 "젊은 선수들이 이번 대회의 실패를 통해 많은 걸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다음은 김인식 감독과 일문일답.
- 9, 10회에 오승환이 어떤 역할을 했는가. 자세히 말해달라.
▲ 당초에는 9회 시작과 동시에 오승환을 투입하려 했다. 하지만 이현승이 한 타자라도 상대하고 교체하는 것으로 바꿨다. 그러나 1실점이면 끝내기였기 때문에 결국 오승환을 내보냈다. 오승환에게 두 이닝을 던지게 만들어서 미안하다. 고의4구를 빼면 23구 정도 던졌을 것이다. 처음부터 20~25구를 예상했다. 오승환에게 고맙다.
- "이번이 마지막이다"라고 밝혔다. 대표팀 감독 은퇴를 굳힌 건지?
▲ 여러 국제대회마다 감독 선임 문제로 의견이 많았다. 10개 구단 감독들이 팀 훈련 등을 이유로 고사했다. 젊은 감독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계속 감독직을 맡게 됐다. 우리나라에 실력있는 감독들이 많다. 하지만 대표팀 자체가 부담을 주는 존재가 되고 있어서 고사하는 것 같다. 또, 시즌이 끝나면 23세 이하 대표팀도 꾸려야 한다. 대표팀에 젊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다. 이들이 대표팀을 경험하며 많은 부분을 느꼈을 것이다.
- WBC가 끝났다. 15년 동안 대표팀을 맡으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을 꼽는다면.
▲ 기뻤던 건 2006년 WBC. 데릭 지터나 알렉스 로드리게스처럼 말로만 들었던 미국의 메이저리거들을 보면서 '과연 저들과 대등하게 경기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최희섭이 대타 홈런을 치는 등 우리가 승리했다. 그때 자신감이 생겼다. '한없이 높았던 선수들도 이길 수 있다.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2009년 대회에서는 준우승도 했다. 기쁜 일이 많았다. 물론 그 대회 결승전 연장에서 이치로에게 안타를 맞아 패한 건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 그때 후유증이 1년 이상 갔다. 이번 대회 이스라엘전도 마찬가지다. 이번 후유증은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잊으려고 해도 밤마다 천장을 보면 생각이 난다.
- 세대교체를 언급했다. 앞으로 대표팀에 당부의 말을 건넨다면.
▲ 지난 10년, 류현진이나 김광현 같은 투수가 안 나오고 있다. 물론 지금의 선수들을 낮추는 건 아니다. 대만과 경기는 이겼지만, 리드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막지 못했다. 이게 투수가 약하다는 증거다. 물론 대만이 열심히 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스라엘, 네덜란드 선수 중 몇몇은 굉장히 수준급이었다. 그 투수들을 공략하지 못한 게 패인이다. 투수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한 번 느꼈다. 오늘 식사를 하면서 장시환, 원종현 같은 선수들에게 앞으로 몸쪽 공을 잘 던져야 한다고 이야기를 나눴다. 
- 태극기는 김인식 감독에게 어떤 의미인가.
▲ 선수들에게도 늘 강조했다. 평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을 때의 느낌과 외국팀과 경기할 때 나오는 애국가의 느낌은 분명히 다르다. 선수들도 그렇게 느낀다. 국가관을 확실히 갖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krsumin@osen.co.kr
[사진] 고척=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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