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감독' 김인식(70) 감독의 쓸쓸한 퇴장이다.
2년 전 2015년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숙적' 일본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고, 우승 감독으로 칭송 받았다. 그러나 16개월 후 2017년 제4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된 후 "(국가대표 감독이) 마지막인데 이렇게 돼 너무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감독의 마지막은 익숙하지 않은 결과였다.
김 감독의 대표팀 감독 경력은 이전까지 화려했다. 실패가 없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년 1회 WBC에서는 일본과 메이저리거(미국, 멕시코)들을 꺾고 4강에 진출했다. 2009년 2회 WBC에서는 모두들 고사했던 감독을 맡아 준우승의 쾌거로 '위대한 도전'을 해냈다. 2015년에는 프리미어12 초대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프리미어12에서는 일본과의 준결승, 오타니 쇼헤이(니혼햄)의 강속구에 눌려 7회까지 삼진 11개를 당하고 0-3으로 끌려갔다. 그러나 마지막 9회초 공격에서 오재원-손아섭의 연속 대타 카드가 적중하며 추격, 무사 만루 찬스를 잡아 이대호의 2타점 역전타가 터지면서 4-3으로 뒤집었다.
믿기 어려운 역전극으로 일본을 침몰시키고, 결승전에서 미국을 상대로 8-0 완승을 거두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개최국 일본의 갖은 꼼수와 텃세를 극복하고 적지 일본 도쿄돔에서 우승을 차지해 더욱 감격적이었다.
제4회 WBC에서 다시 한번 영광을 꿈꿨다. 김인식 감독을 비롯해 프리미어12 때 함께 했던 선동열, 이순철 등 코칭스태프가 다시 뭉쳤다. 그러나 선수 선발 과정부터 순탄치 못했다. 부상 등으로 이탈자가 많이 생겼다.
프리미어12에 참가했던 김광현(팔꿈치 수술), 정근우(무릎 수술), 김현수(ML 구단 반대)는 WBC 엔트리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게다가 추신수(텍사스)는 부상을 우려한 구단의 반대, 강정호(피츠버그)는 음주 운전 뺑소니 사건으로 인해 메이저리거는 투수 오승환 홀로 참가했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표팀은 가장 중요한 첫 경기 이스라엘전에서 연장 10회 1-2로 패했다. 대표팀 투수들은 넓은 스트라이크존에도 불구하고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이스라엘 타자 상대로 제 공을 던지지 못했다.
김 감독은 "2회 WBC에서 일본과 결승전 연장에서 이치로에게 결승타를 맞은 게 두고두고 생각이 났는데 이번 이스라엘전 패배가 그렇게 될 것 같다. 마지막 1점을 내지 못한 것이 계속 생각날 것 같다. 아마 이스라엘전을 앞으로 못 잊을 것이다"고 아쉬워했다.
두 번째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는 0-5로 완패했다. 빅리거 타자 5명이 포함된 네덜란드와는 실력 차가 확연했다. 주로 자국리그에서 뛰는 네덜란드 투수들조차 대표팀 투수들보다 구속이 더 빨랐고, 몸 상태가 좋았다.
믿었던 이대호, 김태균을 비롯해 KBO리그 최고 타자들은 집단 슬럼프, 2경기에서 이렇다 할 공격력을 보이지 못한 채 19이닝 1득점이라는 참담한 성적을 보였다.
9일 마지막 대만전. 구겨진 자존심을 되찾고, 안방에서 최소한의 체면치레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다음 대회 예선 강등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1승은 반드시 필요했다. 애간장을 졸이고 천신만고 끝에 연장전에서야 승리할 수 있었다. 난타전 끝에 연장 10회 11-8로 힘겨운 승리, 노감독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인식 감독은 힘겨운 1승을 거둔 후 "오늘 승리로 다음 대회에서 하위리그로 가서 예선을 하지 않아서, 후배들에게 좋은 선물을 줬다고 본다"며 "끝까지 응원해줘서 고맙다. 이런 시련을 겪고 새롭게 젋은 선수들이 서서히 자라날 수 있도록 많은 격려를 끝까지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orange@osen.co.kr
[사진] (위)고척=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