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전패 위기에 몰렸던 한국이 마지막 순간 불명예를 면했다. 2015년 프리미어12 당시 역전극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던 오재원-손아섭 콤비가 다시 발판을 만들었다.
한국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만과의 예선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11-8로 이기고 조 3위를 확정했다. 경기 초반 6-0까지 앞서 있었으나 불펜 난조로 8-8 동점을 허용한 한국은 9회 무사 2루의 위기를 넘기는 등 악전고투한 끝에 연장 10회 양의지의 결승 희생플라이로 승리에 이르렀다.
넉넉했던 리드는 대만 타자들의 끈질긴 공세 속에 서서히 줄어들었다. 9회에는 이현승이 2루타를 맞아 무사 2루에 몰렸다. 오승환이 서둘러 마운드에 올라 불을 끄지 못했다면 끝내기 패배를 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승부치기라는 변수 많은 상황에 들어가기 전인 연장 10회에 경기를 끝낸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오재원과 손아섭이 중심에 있었다. 이날 두 차례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한 이대호 대신 대주자로 경기에 들어간 오재원은 연장 10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중전안타를 기록하며 출루에 성공했다. 이어 손아섭이 좌전안타로 뒤를 받치며 1사 1,3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양의지가 중견수 뒤로 날아가는 큼지막한 타구로 희생플라이 타점을 기록해 결승점을 뽑았다. 이어 대타 김태균이 결승 투런포로 쐐기를 박았다.
이날 경기 양상을 고려하면 결국 오재원 손아섭의 연속 안타가 승리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2015년 11월 열렸던 프리미어12 당시에도 대역전극의 발판을 만든 듀오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8회까지 오타니 쇼헤이(니혼햄)의 역투에 막혀 0-3으로 뒤졌던 한국은 9회 마지막 공격에서 역전에 성공하며 극적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당시 선두타자가 대타 오재원, 그 다음 타자 역시 대타 손아섭이었다. 두 선수는 연속 안타로 나란히 루상에 나가며 역전의 기운을 만들었고 이후 정근우 이대호의 적시타가 터지며 한국은 또 한 번의 ‘도쿄 대첩’을 만들었다.
이날도 두 선수는 대타도 아니었다. 대표팀에서 두 선수가 가지는 특성과 위치를 고려할 때 원래는 나란히 붙어 있기는 어려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오재원이 4번 자리였던 이대호 대신 들어가면서 당시의 영광을 재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두 선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skullboy@osen.co.kr